오늘은 단기 프리랜서로서 QA 일을 받았다. 어제 치즈 먹은 게 얹혔는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쉬고 싶었지만
일찍이 일을 신청해두었으니 뺄 수 없어 어거지로 출근.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건만 아무도 없고 전화도 안
받으니 별 수 없이 주변 산책이나 했다.
날씨가 단어 그대로 청명하더라. 볕을 받으면 포근하고 그늘 아래 들어가면 바람이 서늘하여 걷기 좋았다.
근처에 대형 슈퍼마켓이 있기에 들어가서 간식거리 구경하였다. 음료라도 마시면서 기다릴까 생각했는데
때마침 연락이 닿았다.
대기실에 앉아서 서류에 서명하고 기다리는데 물 한잔이 없더군.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 혼자 있으려니
어쩐지 적막해서 좋았다. 다만 연구실 특유의 인공적인 냄새가 났는데 이것 때문에 편두통이 심해지는
기분이 들더라.
그리고 본격적으로 실험이 개시되었다. 다양한 실험들을 했는데 기억나는 거라면 계단 걷기랑 사격술,
박자감, 침착함, 순간 암기력 정도였을까? 결과는 대체적으로 스스로 봤을 때도 형편 없었지만 재미는
있었다.
안경이라도 쓰고 왔으면 좋았으련만 조금 몽롱한 채로 임했어서 조금 안타까웠다. 왠지 게임 『포탈』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더라. 연구소가 비슷한 느낌이라 그런가. 테스트 내용은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우수한 실험체를 가려내기 위한 시험 같이 느껴져서 재밌었다.
일이 끝나고 나와 집으로 걸어가는데 마침 옛적에 노가다 뛰었던 현장이 근처라 어떻게 변했을까 구경
한번 할까 싶었다만 시간이 아까워서 그만뒀다.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음. 집에 가는데 약간 출출하여
근처의 과일 음료 가게에 들러서 음료 1잔 사마셨다. 수박 음료였는데 꽤 맛있더라. 당도는 떨어지지만.
일기를 쓰고 있는 시점에서는 아직 사먹을 예정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이 일기는 당시의 나에게 일종의
예언서 또는 행동 지침서가 되겠군. 재밌다.
그러고 보니 다른 실험도 있으니 해볼 의향이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제안을 받았다. 한시간짜리 일인데
20,000원이라고 한다. 실험용 쥐가 되는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다만 역시 일요일에도 노가다나 뛰는
편이 월등하게 많이 벌기는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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