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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119회차 헌혈로 오늘 하루 나는 부처가 되었을지도(쑻)

by 레블리첸 2022. 5. 8.

 

 

 

 

 

왜 이렇게 표정은 썩어있는가. 왜냐하면 가까운 헌혈 센터가 공휴일이라서 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무려

지하철 3개 정거장 밖에 있는 곳까지 걸어서 갔기 때문이다. 이정도면 걸을만 하지 않을까 하고 걸어봤고

역시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튼 토요일에 노가다 뛰고 일요일에 일감을 찾으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까

부처님 오신 날이라 일이 있을래야 있을 수가 없기에 그냥 집에서 휴식하려 했지만 놀면 뭐하냐 싶더라고.

그리하여 급히 전혈 예약을 잡고 헌혈하게 됐다.

딱히 봉사 정신과 희생 정신이 투철해서 헌혈한 건 아니다. 부처라서도 아니지. 돈 때문에 한 거다. 헌혈을

하면 대가로 문화상품권을 주니까 이것을 바라보고 돈 벌 생각으로 임했다. 여러분도 주말에 집에서 놀면

뭐하겠어. 헌혈 센터에서 헌혈하면 대가로 돈도 받을 수 있고 나름대로 자존감도 상승한다.

생각해보니까 회사 앞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고매하신 양반께서 확성기에 대고 자기네를 일컫어 깨었다며

악을 지르시던데, 그런 분들 중 과연 몇명이나 주기적으로 헌혈과 봉사활동을 하시는지 모르겠다. 만약에

내가 그 행렬에 끼어있다면 글쎄 군계일학의 모양새로 감히 부처를 자칭할 수 있을지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정부 규제가 완화되어 이제 다시 헌혈 센터에서 간식을 편히 취식할 수 있도록

풀렸을까 내심 기대를 해봤지만 얄짤 없더군. 원래 헌혈할 때 휴게소에서 음료 최대 2병까지 마신 뒤에

과자로 저녁까지 배를 채우는 것이 국룰인데 안타깝게 됐다. 아무튼 오랜만에 헌혈하니 좋긴 하더라고.

낭낭하게 만보기에도 1만 걸음 정도 채웠다. 스스로에게 대견하다 말할 기회도 생기고.

날씨는 흐려서 꽤 오래 걸었지만 땀도 나지 않았다. 전혈이라 문화상품권을 2장 받을 수 있었는데 이건

탑툰에 감사한 마음으로 결제할 예정이고 아무튼 덕분에 일요일을 무의미하게 보내진 않은 것 같아 꽤

기분이 좋아졌다.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다면 자존감이 하락하여 우울감에 시달렸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왜 이리 표정은 썩어있는 걸까 생각하니 이제 다음주가 중국어 자격증 시험인데 공부하지 않고서

돌아다니는 데에 주말을 할애한 것으로 찜찜해서 그런 모양이겠지. 그것 외에도 아마 1시간 내내 잔잔한

오르막길 및 내리막길을, 시끄러운 차도 옆에 끼고 걷게 시킨 후 난데없이 셀카 찍게 만들면 저런 표정이

나오긴 할 거다.

은근한 근육통 때문에 다리가 아팠던 것도 한몫했겠지. 걷기가 몸에 좋다지만 시간이 아까우니 자전거를

사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이 되는 날이었다. 공휴일만 아니었으면 노가다 일감 잡고 출근할 수 있었을텐데

내내 아쉬움이 남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