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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다시 고시원

by 레블리첸 2022. 7. 24.

 

https://youtu.be/-pZlAu92RGM

 

 

 

 

 

 

꽤 넓은 원룸 오피스텔 살아보니 좋더라. 혼자 욕실 쓰고 터덜터덜 나와서 물기 닦고 몸 휘휘 저으면서

몸을 말리고 쾌적하게 옷 갈아입고. 그런데 사실 그런 게 전부였다. 혼자 살기엔 너무 넓어서 마음까지

허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방안에 울려퍼지는 내 발자국 소리와 가끔 혼잣말이라도 하면 이 방안에서

메아리치기까지 하는 모든 소음이 정신을 갉아먹는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다들 그렇게 카페에 나가는구나. 다들 고독을 버티지 못하고 조금이나마 중화시키기 위해 나와

비싼 커피 홀짝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거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 1년 가까이 동거인과 북적대면서

살다가 하루 아침 사이에 갑자기 혼자가 되어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네. 그동안 이런저런 안주거리가

생겼지만 그런 섭섭하고 잘된 이야기들은 나중에 술을 마시며 털어놓기로 하고, 아무튼 기왕에 혼자가

되어 자유로워진 김에 회사 근처로 이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살면서 꽤나 짐이 많이 불어나긴 했더라 싶었는데 나중에 짐을 풀면서 확인해보니 동거인이

갑자기 떠나면서 죄다 버리고 간 물건들이더라. 순수하게 내 짐은 상자 6개와 접이식 침대와 이동식

책상이 다였다. 이자식 다시 보면 밥 한끼 얻어먹지 않고는 못넘어가겠군.

 

 

 

 

 

 

갑작스럽게 혼자가 되었고 갑자기 이사가 결정되서 새로운 원룸을 구할 길이 없는데 마침 회사까지

걸어서 30분 거리에 고시원이 있길래 들어가기로 결정했으며 즉시 실행에 옮겼다. 고시원에 간다니

주변에서 많이 걱정을 해주었지만 그동안 고시원에 살았던 적이 없는 것도 아니고 햇수로는 약 4년

가까이 거주한 경험이 있는데다 전부 좋은 추억들만 남아있기 때문에 나로서는 최악의 선택이 전혀

아니다. 벌써 3번째 고시원이군.

 

 

 

 

 

 

 

짐싸 어플을 통해서 이삿짐 운송기사님을 고용하여 이사를 진행했다. 재미있게도 작년 이맘때 즈음에

고시원에서 오피스텔로 갈 때 도와주셨던 기사님께서 또 도움을 주시게 되었다. 4층까지 순수 계단만

타고 이동해야 하고 방도 작기 때문에 1층에 일단 짐만 내려놓고 차근차근 방을 만들어가려 했었는데

저녁 식사 드시라고 2만원 팁을 드렸던 게 괜한 열정 스위치를 건드렸는지 4층까지 다 올려주셨다.

그런 와중에서도 젊은 고시원 원장님까지 가세해서 모든 짐을 함께 운반해주셨다. 확실히 1층 로비에

짐을 쌓아두면 다른 입주민들에게 민폐가 될 수 있고, 나로서도 편하긴 하지만 복도를 내가 막는 꼴이

되어 이러나 저러나 마음이 편치는 못했다. 어쨌든 이삿짐 다 풀고 원장님에게 수박 주스 한잔 대접해

드렸다.

 

 

 

 

 

다시 고시원에 살게 되니 착잡함과 반가움이 동시에 들더라. 기존에 분리수거 쓰레기 담아두던 용도로

쓰던 장바구니는 겸사겸사 빨래 바구니로 써야지. 아직 짐 정리가 덜되어 주말동안에는 고시원 꾸미는

재미로 보냈다. 힘들어서 지치면 누워서 잠깐 졸고 다시금 일어나서 궁리하며 최대한 방을 정리하다가

다시 잠들기를 반복.

 

 

 

 

 

 

어떻게 하면 짐을 효율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상당한 고민이 필요한 작업이다. 한정적인 방 크기에

최대한 많은 물건을 수납하면서도 넓은 활동 공간을 창출해내야 하니까. 친구 녀석이 두고 간 옷이나

자습서, 세면용품을 치워버리고 인터넷 설치 이동 실패로 쓸모없어진 기기들이 수거되면 널널해질듯

한데 참으로 답답하다. 하필이면 두꺼운 겨울옷을 두고 갔기 때문에 공간을 엄청 차지한다고.

 

 

 

 

 

쓸데없이 높기만 하고 감성주의 어쩌고 하며 용량은 별로 크지도 않은 리빙박스는 곧바로 철거한

다음 이번에 새로 산 리빙박스 4개를 추가로 주문했다. 높이는 낮지만 너비가 넓고 자체에 바퀴가

달려있어 이동이 편한 완벽히 기능 위주의 상품이다.

 

 

 

 

 

 

 

 

아직 공간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매일 써야하는 일기를 거를 수 없으니 급한대로 설치하고

글을 썼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점이 있더군.

 

 

 

 

 

 

 

 

갤럭시탭S8플러스로 세컨드 스크린 연결을 하니 화면이 더럽게 깨진다. 처음 연결했을 땐 안 이러고

나름 깔끔했었는데 이사하기 전부터 연거푸 이러더라. 화면을 전환하면 해결되지만 상당히 거슬린다.

어쨌든 노트북 팔아치우고 맥미니랑 연결할 땐 이상이 없겠지. 아무래도 CPU 성능이 딸리는 탓인 듯.

아무튼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어찌저찌 하루 일과를 마쳤다.

 

 

 

 

 

7월이라는 사실을 잊게 될 정도로 시원하게 잘 지내고 있다. 원장님도 젊은 편이시라 냉방의 중요성에

과감히 투자하고 계시기도 하고 지난 번 살던 오피스텔은 에어컨을 틀어놓아도 보냉되지 않는 데다가

채광이 지나치게 좋아서 금방 방안이 달아올랐는데 고시원은 사실상 사시사철 시원하다. 아무리 밖이

더워도 볕 안 드는 고시원 방안에서 불어오는 선풍기 바람은 에어컨이나 다름 없거든.

지금도 너무 추워서 침낭 뒤집어쓴 채 글을 쓰고 있다. 체감상 가을 날씨 같군.

 

 

 

 

 

 

 

얼추 짐정리가 끝난 모습. 빨래바구니 아래에는 곧 폐기 예정인 리빙박스가 접힌 채 쌓여있다. 내일

팔아치우니까 저만큼의 공간을 추가로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 기대된다. 안타까운 점 두개는 씻을

공간이 비좁은데다 한곳뿐이라서 사용이 불편하다는 건데 그건 어차피 회사 샤워장 가서 세안하면

해결되는 문제다.

 

 

 

 

 

 

아참 4층까지 계단 타고 오르내려야 하는 거은 어차피 지금 건강하고 덤으로 운동까지 되니까 단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더 쉽게 계단 이용할지 고민이 되기는 해. 썰매라도 만들어볼까나.

물론 부상이라도 입거나 엄청나게 피로한 날이면 원망스럽겠군.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고시원 붙박이 책상과 충돌해서 이동식 슬라이딩 책상이 딱 알맞은 위치까지

들어오지 못하는 관계로 노트북을 쓰고자할 땐 어쩔 수 없이 반대로 누워야한다는 거다.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몸을 구겨야하는데 심히 번거로운 관계로 더 넓은 방을 찾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군.

물론 언제까지 고시원에 살지는 모를 일이다만.

사실 맥미니만 가져오면 해결될 문제이기는 한데.

 

 

 

 

 

 

아무튼 다시 고시원에서 살게 됐지만 보다 안락하고 쾌적하게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걱정되면 계좌에 용돈이라도 넣어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