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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제발 결혼해줘

by 레블리첸 2023. 1. 21.

 

 

 

 

 

사진은 연관이 없고. 요즘은 새해를 맞아 주말이나 회사 업무 끝나고 부쩍 친구를 만나는 일이 늘었다.

만나서 하는 이야기는 회사 생활이 어떻고 요즘 게임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 자격증 공부에 대해 말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외국어 자격증 이야기로 화제가 전환되더니 곧 국제 결혼이나 이민으로 번지더라.

다들 결혼은 해야 한다며 서로를 종용하고 있지만 다들 아무도 만나고 있지 않다. 남성 친구들도 여성

친구들도 모두 저마다의 사정이 있어서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하지 않는 상태인 셈이다. 물론 나 역시.

당연하지만 이중에서도 연인이 있는 친구도 있다. 결혼을 장려하는 분위기에서도 쉽사리 그이에게는

서둘러 결혼하라고 말은 하지 못했다. 그건 예의에 어긋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충 10년 전이었으면 아마 연인이 있는 친구는 으스대면서 애인 자랑을 했었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제 시대가 바뀌었나 보다. 홀로 연인이 있는 친구에게 말 없이 응원의 눈길을 보냈다. 부디 이 연이

오래 가서 결혼하고 애까지 낳길 간절히 바랐다.

아무도 결혼하지 않고 다들 연애하지 않고 따라서 아무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 아이가 없으니 경제가

급속도로 침체되며 거리와 기업에 외국인 비율은 점점 늘어난다. 아마 30년 후의 한국인은 한국 말을

구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가 마냥 헛소리처럼 들리지 않으니 안타깝다. 연애는 아무나

할 수 있지만 결혼에 대한 책임이 뒤따르니 두렵고, 결혼은 심지어 월급 130만원 받아도 할 수 있지만

자녀가 동반되니 망설이게 되는 거다. 부모는 정말 개나 소나 될 수 있는 일이지만 자신의 사랑스러운

분신을 미래가 없는 땅에서 생육하게 하고 싶은 자가 어디 있겠는가.

인구 절벽과 함께 인력난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좋은 일자리에 쉽게 취직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쓸만한 한국인이 줄어들었을 뿐이지 규모가 있는데다 세계를 대상으로 경영중인

기업은 굳이 실력이 떨어지는 한국인을 채용할 이유따위 없고 실력있는 외국인을 채용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줄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인구수에 지나지 않고 오히려 세계 인구수는 어느덧 80억을 넘어

이 별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아슬아슬하게 치고 있는 단계임을 잊지 말고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범지구적인 사고를 하는 나로서는 솔직히 출생율이 0%를 찍고 대한민국 인구수가 2,000만명이 되도

좋다고 생각한다. 세계 인구도 80억에서 딱 절반 줄여서 약 40억 정도만 되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한다.

아마 눈앞에 '마블 스튜디오'에 나오는 '인피니티 건틀릿'이 있고, 사용할 조건과 자격이 갖추어진다면

주저없이 모든 생명의 절반을 없애버릴 것이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주의적으로 사고하면 대한민국의

명줄이 나를 위해서라도 최소 50년은 더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적어도 앞으로 50년동안은 이런

상태가 지속되기를 기도한다. 그런데 그리 되면 2011년에 인구 70억이고 2023년에 80억을 찍었으니

대충 10년마다 인구가 10억씩 늘어난다 쳤을 때 인구가 50억은 더 늘어나게 될테니 어떤 아수라장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하기 싫어지는군. 하지만 당장 반지하 사는데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모든 주택가의

반지하를 없애자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자신이 멀쩡히 살고 있는 집을 시멘트로 메꿔버리는

어리석은 짓거리는 사고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도 하지 않을 거다. 이게 내가 2030 세대의 결혼을

장려하는 이유다. 너희들이 결혼해야 나의 삶이 윤택해질 수 있거든.

부쩍 결혼해달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는 것 같다. 너무 늦기 전에 바삐 연인을 만들라는 말을

곧잘 한다. 주로 기혼자이고 자녀 계획을 가지고 있는 지인이 이러한 말을 한다. 간곡한 부탁이라고나

해야 하나. 나 같아도 결혼했다면 주변 동성 친구와 이성 친구를 서로 짝 지어주려고 부단히 노력했을

것 같긴 하다. 왜냐하면 본인은 어쨌든간에 앞으로 50년 정도 지나면 늙고 세상에서 사라질 준비하면

그만인데 우리 자녀는 이 척박하고 미래에 어찌 될지 모를 땅에 최소 80년은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자녀를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명줄을 최소 80년은 더 연장해야 하는데 과연 지금 이 모양 이 꼬라지로

가당키나 할까 싶으니 어떻게든 가능해 보이는 사람들끼리 짝을 맺도록 권유하고 있다.

나 역시 지인들에게 열심히 소개팅을 주선해주며 나의 노후를 안정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다.

여성인 친구는 어째선지 다들 20년 후에는 고급 오피스텔 또는 전원 주택에서 혼자서 꽃길 걷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는 등 머릿속이 꽃밭인 경우가 많아, 가까운 고시원에 사는 50대 미혼 여성이

너의 미래라며 현실을 일깨워주며 고독사하기 싫으면 소개해줄 때에 만나보기나 하라고 설득 중이다.

남성인 친구는 대게 해주면 해주는대로 잘 받으니 문제 없고.

넌 왜 안 해?

오늘날에 결혼은 사실상 치킨 게임이 되었다. 하면 좋지. 근데 모두가 했을 때 혼자만 안 하면 최고다.

모두가 안 하게 되면 다같이 몰매를 맞게 된다. 다같이 결혼 안 하면 그만큼 출생율이 떨어지니 각종

기업은 줄도산을 하게 되겠지. 결혼업체부터 시작해서 육아용품에 더 나아가 교육 관련된 업체들이

손가락만 빨다가 업종을 교체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다 세금으로 운용하는 관공서도 운영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세금을 더욱 높이고 특히 미혼인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서 두드려 팰걸. 믿기지

않는다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책을 봐. 기혼자와 육아 중인 부부에게 세금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미혼자는 혜택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는 뜻이다. 똑같은 국민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선 긋고 급을 나누기 있지. 그 이유가 뭐냐. 결혼을 다들 안 해서 그래.

흔히 미혼자에게는 미래가 없다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근데 이러나 저러나 지금은 기혼자든지

미혼자든지 미래가 없기는 매한가지다. 근데 미래는 만들어나가고 고달픈 현실에는 적응하면 된다.

즐겨하는 게임 『라스트 오리진』의 등장인물의 대사가 감명 깊다. "전쟁 중에도 사랑은 싹트기 마련."

비록 전쟁 없이 나라가 휘청이는 꼴이지만 사랑은 도처에 있으며 모두의 마음 속에 그 씨앗이 있다.

아직 적당한 시기와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했을 뿐이겠지. 거듭 말하지만 지인 중에서는 월급이 약

130만원에 지나지 않는데도 결혼을 했고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잘 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겁내지 말고 다들 열심히 사랑했으면 좋겠다. 나이 50대가 되어도 정열적으로 사랑을 하는

연인도 있고, 빈정대는 게 아니라 문자 그대로 쥐꼬리만한 월급이나마 알콩달콩 사는 부부도 있다.

여러분이 필사적으로 사랑을 해야 나의 미래가 열린다. 이제 다시 첫번째 문단으로 돌아가서 보자.

결혼은 치킨 게임이다.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이 승자이다. 아니면 다같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거나.

다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 내 미래가 안정된다. 그러니 제발 결혼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