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회사는 정말 최고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며 출근을 하면
시간이 축약되서 마치 8시간 근무 시간이 3시간처럼 느껴진다. 업무가 바쁘면 충실감과 성취감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일과가 한가해지면 월급 루팡하고 있다는 생각에 왠지 야릇한 기분이 든다. 능력만
있다면 회사 주차장에 차를 갖고 가서 알 박아놓고 잠만 차에서 자고 회사에서 씻고 놀고 싶다. 비록
운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아직까진 이루지 못할 꿈이다만.
집에서 밥을 먹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고시원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밥 먹으려면
옥상에 있는 주방에 올라가 전자레인지에 닭가슴살 데우고 그릇에 밥을 담은 후 정수기에 물을 담아
그것들을 주섬주섬 챙겨 방으로 돌아가 먹어야 한다. 식사 후에 올라가서 순번을 기다리고 설거지를
하는 것도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소중한 여가 시간을 대기와 이동으로 빼앗기니 화가 났다.
그러다가 문득 천재적인 생각이 났다. 회사에서 밥을 지어 먹으면 될 일이 아닌가? 바로 전기 밥솥을
구매했고 그날 바로 혼이 났다. 직장에서 취사하는 건 선 넘는 행동인 듯. 하지만 퇴근 후 식사하고서
집에 가겠다는 나의 열망은 쉽사리 식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회사에서 밥을 먹을 수 있지? 생각하고
생각한 결과 도시락통을 구매하여 고시원 밥을 담아 다니기로 결정했다.
심사숙고 결과 선택한 것은 '리브야'의 실리콘 도시락통이다.
특별히 제품 모델명이 있는 것 같진 않다. 이걸 선택한 이유를 열거해보자. 디자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외관상 깔끔하고 현대적인 인상을 주면서도 크기와 둥근 모양새 때문인지 귀엽기도 하다. 실리콘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떨어뜨렸을 때 깨질 일도 없다.
전자레인지에 돌릴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구매하고 한달이 다 되어 가는데 아주 잘 써먹고 있다.
처음에는 크기가 너무 작아서 밥이 많이 담기지 않으면 어떡할까 고민했지만 실험해본 결과 큰컵 햇반
한 개를 다 담고도 한두 숟가락은 더 밥을 담을 수 있는 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큰컵 햇반을 산 후
직접 도시락 용기에 담아봤으니 믿을만할 것이다.
회사에서 먹는 밥은 정말 최고다. 귀가하면 온전히 씻고 쉬는 데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최고의 이점.
괜히 외식이나 간식을 사서 돈을 낭비하게 되는 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일이 가능하다. 배부르니
다른 먹거리가 눈에 찰 일이 없다. 물론 그만큼 지인이 저녁에 밥 먹자고 불렀을 때 응해주지 못하는
일이 빈번해져서 미안하긴 하다.
밥은 많이 들어가는데 사이즈는 아담하고 가볍기까지 해서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다 보니
휴대성이 매우 좋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다시피 깨질 일도 없으니 말이야.
하지만 항상 장점만이 있을 수는 없지. 특별히 잠금 장치가 없기 때문에 재수가 없으면 뚜껑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지. 물론 아직까지는 단 한 번도 출퇴근 중에 용기 뚜껑이 열린 적은
없다. 전동킥보드를 타며 울퉁불퉁한 보도블럭 위로 운전하는데도 가방 안에 쌀 한톨이라도 떨어진
적이 없어서 상당히 신뢰를 가지고 있긴 하다. 정 불안하면 안전고리 같은 걸 체결해도 되고. 그러고
보니까 지난 번에 산 지혈대를 안전고리로 써도 되겠네. 왜 이제 생각난 거지.
보온성은 나쁘지 않긴 아쉬운 수준이다. 주로 하드케이스 파우치를 가방 안에 넣고 위에다가 용기를
올려두는데 파우치의 손잡이가 열 변형을 일으키지 않을까 가끔 걱정이 되는 정도. 그렇지만 아무리
불행 회로를 돌려봐도 마땅히 이것 두가지 이외에는 단점이랄까 불안한 요소밖에 없다. 칸막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 제품 자체가 얼마 안 하는 관계로 그냥 하나 더 사면 그만인 거고.
소재가 소재인만큼 설거지할 때 달라붙은 밥풀이 굳어버리면 잘 안 떨어져서 짜증이 나기는 하지만
이럴 때는 그냥 무지성으로 물 담아놓고 뚜껑 닫아서 뒤집어놓거나 칵테일 만들듯이 흔들어주면 끝.
꽉 눌러서 닫아두면 열심히 흔들어도 물이 새지 않는다.
아무튼 값도 저렴하고 예쁘고 기능이 출중해서 굉장히 잘샀다는 생각이 드는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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