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는 구시대적이다. 온고지신이고 나발이고 구시대적인 것은 홍위병의 정신을 이어 받아서 싸그리 없애야만 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마우스 포인터를 마우스 없이 조작할 수 있단 말인가. 그 답은 바로 터치패드에 있다. 한때 난 세상의
모든 터치패드를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던 과격파였지만 터치패드의 진정한 사용법을 깨닫고 숙달이 된 지금 다시
태어났다. 터치패드 신자가 되었다.
터치패드는 모든 면에서 마우스보다 월등한 존재이다. 마우스보다 차지하는 공간도 적고 스크롤휠이나 버튼이 고장이
날 일도 없다. 왜냐하면 애시당초 휠과 버튼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지. 웬만한 터치패드는 다
노트북에 붙어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맥미니는 미니 데스크탑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마우스와 키보드가 필요하다.
정녕 마우스를 써야 한단 말인가? 이 내가? 터치패드를 배신해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샀다. 퓨전에프엔씨의 아이노트 시리즈 X-Folding RGB 블루투스 터치패드 키보드. 이름 왜 이렇게 기냐고.
이 키보드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터치패드가 달려있다는 점 하나 때문만은 아니다. USB C타입 충전이 가능한 것도
한몫해서 이 두 가지 이유로 구매했다. 내가 사서 내가 쓰겠다는데 뭐.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구닥다리인 Micro 5핀 단자를 쓰냐. 우선 지구상에서 모든 마우스를 제거해준 다음에 micro
5핀이라는 흉측한 구시대의 유물을 제거하고 전인류가 공평하게 USB C타입을 쓰는 세상을 만들어주겠다. 나야말로
필연적인 존재이다. 참고로 포장 상태를 보면 알 수 있다시피 해당 키보드는 무려 접이식으로 쓰지 않을 때는 접을 수
있다. 게다가 무게도 스마트폰보다 가벼워서 압도적인 휴대성을 자랑한다. 집밖으로 가지고 나갈 일은 좀처럼 없지만.
외출을 안 하니 휴대성이 무슨 소용인가 싶겠지만 접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모두 용서가 된단 말이다.
접었을 때의 사이즈는 대충 스마트폰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보다 조금 더 크기는 하지만 그래도 못접는 구식
키보드보다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월등하게 작은 크기를 자랑한다. 접은 다음 옆에 대어 보니 마치 아프리카계
흑인을 목욕탕에서 마주친 한국 남성처럼 위축되어 보이는군.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주머니에서
뜬금없이 키보드를 꺼내면 아무리 멀쩡한 꼴을 해도 조금 제정신 아닌 사람으로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하자.
인류를 미래로 이끌 신문물인 터치패드를 달고 있는 동시에 접을 수 있다는 기술의 특이점에 도달한 이 키보드에도
몇가지 단점은 있다. 일단 현시점까지 검은색이 없다는 점이다. 금방 오염되는 흰색이랑 덩치는 우락부락한 주제에
벌레 보면 지지배처럼 꺄악 고음의 비명소리를 내며 안짱다리로 주저앉을 것 같은 동성애자 자식들이 쓸 것만 같은
연한 분홍색밖에 없다. 자고로 사내새끼라면 검은색을 써야지. 내가 백인을 혐오하는 것은 아니지만 흰색은 약하고
비열한 색이니까 제거해야 한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백인을 말살해야 한다. 일단 세상에서 마우스를 제거하고.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NBOW Neo Pad 블루투스 키보드와 비교했을 때도 상당히 작은 사이즈임을 알 수 있는데
이건 장점이 아니다. 왜냐하면 키보드가 기본적으로 작으면 당연히 키보드 자판 크기가 작아지고 배열이 이상해지며
누락되는 버튼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실제로도 방향키를 보면 포토샵 작업 실패한 사진처럼 시공이 비틀린듯 기묘한
배치와 크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원래는 이녀석이 아니라 동일 회사의 제품인 아이노트 X-Folding Touch Big Pro라는 이름 한번 겁나 긴 키보드를
사려고 했었다. 이름 길이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나처럼 손이 큰 사람을 위해 제작된 대형 기기다. 근데 왜 그걸 사지
않고 이 제품을 샀냐고. 빌어먹을 Touch Big Pro는 망할 놈의 구형 mircro 5핀 단자로만 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모든 Micro 5핀 단자 제품을 제거해가면서 동시에 선도 전부 파괴했는데 내가 키보드 때문에 다시 그것들을
복구시킬 수 없는 노릇이지 않나. 다행히 나의 지시대로 UN인지 EU인지 이름 모를 모 국제기구에서 USB C타입의
충전 방식을 전세계가 사용하도록 규제를 하게 되었다.
기다리고 있어라. 큰 제품이 나오면 바로 버려버리고 갈아타줄 테니까. 큭큭 빨다버린 츄파춥스처럼 비참하게 말이지.
아무튼 그때까지는 어떠한 불만이 있어도 얌전하게 이 X-Folding RGB 터치패드 키보드를 쓰겠다고 맘 먹었다.
왜 마음에 들기 시작하는 거냐고! 왜!
01. 의외로 괜찮은 키보드 자판
제품 크기가 작기 때문에 신장이 190cm에 달하여 이에 비례해 손발이 큰 내게 너무나도 작고 소중한 자판이라 타건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타건 자체에서는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손을 모아서 키보드를 쳐야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구매했었던 COMS 회사의 BW300 제품처럼 아예 못써먹겠다 싶을 수준까진 아니었다. 역시 키보드를
전문 제작하는 개발사라서 그런지 딱 적당한 크기를 안성맞춤으로 안배한 것 같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방향키인데 위 아래 방향키의 위치가 애매하고 손가락을 너무 모으게 되어 누르거나 인식하는 데에
불편함이 따랐다. 이렇게 생겨먹은 키 배열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생겨먹은 건지 한번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
대체 무슨 원한이 있어 이따위로 디자인을 한 걸까? 실제로 키보드를 본 수많은 직장 동료들이 방향키 그렇게 생겨 먹어
쓰기에 불편하겠다며 걱정을 한 마디씩 하고 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향키를 제외한 타자에는 불편함은 없다. 지금 이 포스팅도 X-Folding RGB를 이용해서 작성하고
있는데 내 성격상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심하게 오타가 발생하거나 인식 장애 현상이 있었다면 곧장 글을 지웠을 거다.
하지만 이미 나름대로 장문의 영역에 들어갔으니 여기서 이미 사용성은 입증이 됐다는 뜻이다. 그래도 방향키는 진짜로
아이디어 낸 자식 잡아서 산업 스파이가 아닌지 심문해봐야 할 거 같다.
02. 의외로 괜찮은 터치패드
이전에 사용한 것은 애플 정품 아이패드용 매직 키보드라서 해당 제품과 비교를 해야만 하는데 이것은 잔인한 일이겠지.
당연히 매직 키보드의 터치패드가 지원하는 다양한 제스쳐는 쓸 수 없다. 그렇지만 마우스의 관점으로 보면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그깟 제스쳐 좀 못쓰면 어떠냐. 물론 아이패드에 연결해서 쓸 땐 여러가지로 아쉬운 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데스크탑과 운영 방식이 일치하는 맥미니에 연결했을 땐 어차피 제스쳐 못쓰니 불편하지 않다. 근데
가격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아이패드 매직 키보드는 45만원인데 퓨전FNC의 X-Folding RGB는 5만원꼴이잖아. 대략
9배 정도 차이난다는 것을 감안하면 합격점을 줄 수 있다. 매직 키보드보다 훨씬 낫다. 매직 키보드는 등신같이 스마트
커넥터로 아이패드에 붙여야만 쓸 수 있지만 X-Folding RGB는 블루투스 연결이라 그럴 필요 없으시거든.
결과적으로 아이패드 매직 키보드는 당근마켓에 게시되었고 X-Folding RGB는 끝까지 남게 되었다. 그리고 키보드의
OS도 앞으로 더 발전하겠지. 언젠가는 애플 제품들처럼 진짜로 제스쳐 동작을 구현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게 된다.
03. 의외로 오래 가는 내장 배터리
도대체 전력 소모 관리를 어떻게 한 건지 전혀 배터리가 줄지 않는다. 물건을 받고 여태까지 사용하면서 단 한번 충전시켰다.
배터리는 퍼센테이지로 표시되지 않고 특정 키를 입력하면 LED를 점멸하여 나타내는데 4번 반짝거리면 가득 찬 상태인 것.
어느날 무심코 확인해보니 LED가 3번만 점멸하길래 한번 충전시켜준 게 내 기억상 마지막 충전이다. 아마 지난주쯤이었나.
지금 글을 쓰다 한번 배터리 점검하니 LED가 4번 깜빡이는 것을 보니 퓨전FNC는 키보드를 개발할 게 아니라 보조 배터리
사업으로 나가봐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버그인가?
그럼에도 용서할 수 없는 것
파우치 샀는데 굉장히 구리다. 몇번 써보고 그냥 재활용 쓰레기통에 넣을까 말까 고민 끝에 의류 수거함에 투척했다.
재활용은 모르겠는데 일단 천 재질이긴 하니까 헌옷 수거함에 넣는 게 맞는 거 같더라고. 가격은 7,500원으로 대충
500원 더 보태면 순대국 한끼 식사 값인데 그 돈이면 그냥 든든하게 순대국집 가서 밥 먹고 말지 싶었다. 내가 감히
예측하건대 이 파우치 개발한 사람이 아마 키보드 방향키 고안한 사람이랑 동일인물일 거다.
또한 키보드 자체의 QA가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다. 아이패드에 연결해서 사용할 때 뒤로 가기 등의 제스쳐를 쓸 수
없는 것까지는 십분 이해하지만 특정 사이트에서 게시글을 작성할 때에 이미지를 첨부하면 문단 첫번째로 복귀되는
등등 자잘한 문제점이 발견되어 보고했었다. 근데 개발사에서는 '아 그렇네요'하고 넘어간 거로 일단락되었다. 하긴
자체적인 소프트웨어가 있어서 유지보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걸 어떻게 고치겠는가. 물론 각종 불편한 점은
아이패드에 연결했을 때만 발견할 수 있었던 요소들이고 주사용처인 맥미니에 연결했을 땐 지금 보시다시피 조금도
불편한 사항이 없는 수준이다. 그냥 개발자가 아이패드가 없어서 확인하지 못한 거로 퉁치자.
국내에는 다양한 QA 회사가 있다. 당장 나부터도 QA 직종 종사자이기도 하고. 한번 제품 출시 전 전문 QA 회사와
접선해서 서비스를 받아보았다면 아이패드에서 발생한 입력 오류 문제는 진작에 잡아낼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더라.
다음에 출시될 아이노트 제품은 크기를 보고 구매를 결정하겠지만 꼭 제대로 QA가 됐으면 좋겠다.
최종적으로 보았을 때 제품을 추천하냐 아니냐로 딱 정해서 말하자면 추천할 만한 제품이다. 만약에 어떤 강도에게
부엌칼로 심장 부근을 찔리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마침 안주머니에 넣어둔 X-Folding RGB가 막아주어서 어쩔 수
없이 키보드를 새로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X-Folding RGB의 대형 크기인 신제품이 출시되었는지 한번
확인해보고 대안이 없을 때 다시 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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