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무가 있어서 부산에 들르게 되었다. 부산에 가면 돼지국밥을 꼭 먹어야만 한다고 하더군. 돼지국밥 먹지 않고 가면 부산에
갔다온 거 취급도 안 해준다 하기에 일찌감치 돼지국밥을 어디서 먹어야 잘먹었다 소문이 날지 수소문해보았다. 검색하니까
해운대 쪽에 의령식당 이라는 곳이 상당히 유명한 모양이더군. 지도에 달린 리뷰를 보아도 믿을만한 곳인 것 같았다. 때마침
숙소랑도 그다지 멀지 않아 휘휘 걸어서 갔다올만한 거리에 있었고 저녁 먹을 겸 찾아가 보기로 했다.
저 먼 서울에서 찾아온 여행객이지만 여행객 티를 내고 싶지 않아서 가는 길 사진을 안 찍었는데 가는 길목에 달달해 보이는
군것질거리가 상당히 많이 보여서 돼지국밥 먹고 나면 내려가는 길에 당분 충전할까 싶었다. 독특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었던 것을 보았는데 날이 아직 3월이라 쌀쌀해서 아주 혹하진 않았다. 아무튼 언덕을 올라 왠지 우리 동네 같은 느낌 있는
상가 건물 사이를 지나니 기사 식당이라기보다는 철물점 같아 보이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간판에 식당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있지 않았다면 당연히 창고라고 생각하고 지나갔을 것이다. 실제로 지도를 보면서
분명히 이 근처인데 식당이 있을 법해 보이지가 않아서 의아해 했었다. 들어가니 식당은 상당히 허름하고 조촐했다. 자리도
얼마 없었던 거로 기억한다. 의자에 앉아 먹을 수 있는 자리가 서너 개 있고 침상 같아서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앉는 자리가
두어 개가 더 있던가. 다른 손님을 사진에 담을 수 없어 촬영할 수 없었는데 자리는 많지 않고 그런 와중에 혼자 4인용 식탁
하나를 차지하고 있으려니 적잖이 눈치가 보였다. 젠장 역시 친구 꼬드겨서 둘이라도 올걸.
맞은편에 의자만 보아도 어떠한 식당인지 감이 잡히겠지. 반찬은 특별한 게 없고 굉장히 잘게 썰린 깍두기와 김치 그리고 한입
베어 물었다가는 그대로 그날의 저녁 식사를 망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매운 향이 가득한 고추가 하나. 부추와 새우젓, 다데기는
곧바로 국밥 안에 털어넣었다. 밥은 국밥 안에 처음부터 들어가 있는 방식이더군. 솔직히 좋아하진 않는다. 설거지거리를 줄일
의도인가 싶은데 밥 더 달라고 요청하기 힘들고 밥의 양이 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걱정했던 것보다도 밥의 양이 적당했다. 지금의 회사 직장 동료들은 물론이고 이전 회사 직장 동료들, 군대 선후임들과
대학 동기들까지 전부 나를 보기와는 다르게 많이 먹는다고 평하는만큼 평범한 국밥의 밥양으로는 만족할 리가 없는 나인데도
든든하게 먹어서 다시 언덕 내려가는 길에 보인 온갖 디저트 가게를 보는 눈빛이 오르막길을 오를 때 눈에 들어온 철물점 보는
눈빛과 다르지 않을 정도였다.
들깨가루가 없는 것은 안타까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은 흡족스러웠다. 부산 돼지국밥 기름지다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와서
일본 돈코츠 라멘 국물을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국물이 맑고 담백하더군. 서울에서 먹던 그 일반 순대국이 좀더 사골 국물에 가깝다고
느껴질 정도로 상당히 맑았다. 담백한 맛이라 지루할 수 있었는데 아마도 젓갈로 담근 듯, 톡 쏘는 신맛이 강한 김치와 잘 어울리더라.
감칠맛이 생겨서 마음만 같아서는 김치 반찬 좀 더 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하지만 쉽지 않음..
부추가 조금 아쉽긴 했는데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들깨가루가 제공되는 식당을 조금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맛있게 먹었다.
사실 맛이 없었거나 양이 부족했어도 크게 불평하진 못했을 거다. 가격이 무려 6,000원밖에 안 하기 때문이다. 다른 방문자의
리뷰 사진에서는 심지어 4,000원만 받는 것도 보았는데 아마 물가가 상승하면서 부득이하게 값을 올리신듯. 그래도 저렴하다.
회사 주변 순대국밥은 금송아지를 고아서 만들기라도 하는지 국밥 한그릇 가격이 순수 만원인데 말야.
우리집 주변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국밥을 먹으며 '가성비'를 느낀 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그럼 평상시에는
닭가슴살에 밥 먹다가 가끔 보양해줘야겠다 생각이 들 때마다 돼지국밥 먹을텐데 말이다. 돌이켜보면 부산은 물가가 꽤 많이
저렴했던 것 같다. 나중에 완전 재택근무로 전환되면 부산 가서 살고 싶구만.
완식!
지금 보니까 소주가 그 전설의 '대선'이었구만. 내가 애주가였다면 보자마자 눈 돌아가서 주문했겠지. 지금 보니 살짝 안타깝긴
하다. 하지만 과일향이 첨가된 게 아니면 소주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할 정도로 술맛을 모르니 의미 없네. 아무튼 식사하고
나와 천천히 해운대 시장을 향해 소화라도 시킬 겸 걸어서 내려갔다. 바람은 아직 차가웠는데 확실히 여름이었으면 좋았겠더군.
원래는 줄을 서서 먹는 곳이라 한다. 부산 방문했을 때는 완전히 비성수기인 게 나름 쾌적하게 다닐 수 있었던 이유인듯.
보니까 바로 위쪽에 이삭토스트가 있었네. 디저트로 이삭토스트 먹었으면 좋았을걸.
'■ AnyReview > ▶ About Anyth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생해보려고 갔다가 힐링했다.. 해운대 위게스트하우스 이용 후기 (0) | 2023.04.09 |
---|---|
뻐킹 한컴독스 개요 오류와 QA 실패 (0) | 2023.04.08 |
이제 집에서 닭가슴살 먹을 수 있어... 더쏘쿨 이동식 휴대용 냉동고 SKP-40D+ 리뷰 (0) | 2023.03.11 |
국내에 대안이 없는 퓨전FNC X-folding RGB 접이식 터치패드 키보드 구매 후기 (0) | 2023.02.18 |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 HSK 2급 시험 후기 (0) | 2023.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