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식 생활은... 서비스 종료다..
더이상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간단 요약하자면 척추 박살난 후 앉을 바엔 서 있고 서 있을 바에는 누워 있으라는 의사 선생님의
충고를 듣고 누워서 생활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던 나. 하지만 누워있으니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누워있는 채로는 책상에 앉을 수 없으니 책상에서 할 수 있던 모든 일을 할 수 없게 된 것. 배에 노트북과 키보드를 얹어놓고서
작업하는 데에도 한계가 봉착하여 생활 전반을 뜯어고치기로 결심했다. 그게 대략 1년 전의 이야기다.
높이가 낮은 접이식 침대를 구매하고 이에 맞춰서 슬라이딩 테이블을 구매한 것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았고 실제로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 환경으로서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키보드를 조작하기에는 키보드 트레이
높이가 너무 높아서 자판을 제대로 보고 칠 수가 없었고 침대 위에 앉아서라도 작업을 하려고 하니까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지나치게 강해지는 바람에 급속히 피로도가 증가하여 기진맥진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키보드 자판에는 익숙해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여 누워서 작업을 해보았지만 머리를 감으면
어느 정도 마를 때까지는 베게를 베고 누워있을 수 없어 작업 착수에 지연이 발생한다. 거기다가 키보드까지는 괜찮다고 쳐도
도저히 타블렛으로 그림 작업은 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날을 저물어가고 갈길은 먼데 머리카락은 언제 자연적으로
말린단 말인가. 하지만 이 모든 문제가 좌식 생활로 복귀하면 사라진다. 척추의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애시당초
앉으라고 만든 게 아닌 침대 위에 허리가 불편한 자세로 앉아서 허리를 더욱 박살낼 바엔 차라리 좋은 의자를 사서 지금 이미
구축해둔 와식 생활 전반 시설에 그냥 숟가락만 얹어두기만 하면 될뿐 아닌가.
누워서 모든 일을 해결하고자 했던 나의 야망은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이렇게 허망하게 좌식 생활로 돌아가고 만다니. 한번
접이식 침대를 접어 소파의 형태로 만들고 거기 앉아 작업을 시도해보았지만 역시 침대가 구린 탓인지 어정쩡하게 앉으니까
도리어 작업할 맛이 안 나오더라고. 또한 누워서 키보드를 두드려도 결국 어느 정도는 어깨를 들어야 하니 피로가 금방 쌓여
어느샌가 양팔을 내리고 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달리면서 창작할 수 없다. 또한 누워있는 채로는 창작할 수 없다. 정신력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는데 구조상의 문제였다. 모든
창작 활동은 앉는 자세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 누워서 글을 쓰는 중이긴 하지만, 만약 앉아있는 상태였다면 헛소리 몇줄
추가되서 문단의 수는 지금의 서너 배 이상이 되었을 거다. 하지만 이러는 중에도 키보드 트레이 각도 조절이 가능하다면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면서 희망 회로를 돌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군.
마음은 이미 꺾였으나 침대 머리맡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접이식 침대와 각도 조절 가능한 키보드 트레이까지만 더 시도
해본 다음 접어도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걸어본다. 솔직히 키보드 자판 누르는 게 조금만 더 편했으면 숨쉬듯이 글 쓸 수
있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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