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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병원 일기

등짝 고치기 프로젝트 피부과 2차-혐짤 다수

by 레블리첸 2023. 3. 18.



 

 

 

 

 

요근래 소식이 없었지. 회사원이니까 일이 바빴다는 것 이외에는 이유가 없지. 원래는 회사에서 틈틈히 시간이 날 때마다 일기

쓰거나 소설을 쓰는 등등 나의 시간을 가지고는 했었는데 작년말 고객사에서 올해 봄부터는 바빠질 거라고 경고했던대로 정말

회사에 있는 동안 점심에 딱 한번 화장실 갔다온 것 말고 일어날 틈이 없었을 정도로 일이 너무 많았다. 일단 이미 한달전 일을

늘어놓고 있는 일기에서도 슬슬 업무가 3개 이상 중첩되고 있다는 전조를 보이고 있는데 지금은 거기에 주류라고 부를만한 게

2개나 늘었고 심지어 다른 팀으로 지원까지 해야 한다는 이유로 주어진 일정은 반토막이 나버렸다. 그러니 간단히 일축하자면

바빴다.

일은 더럽게 바빴는데 하필이면 몸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는 사람은 알고 있겠지만 등짝 피부가 상당히 더러운 상태라서

요즘 들어 피부과에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는데 등짝의 여드름 압출만으로는 괄목할 효과를 보기가 어려우므로 피부를 한꺼풀

벗겨내는 박피 관리를 받았다. 별거 아닐 줄 알았는데 역시 등의 피부가 벗겨지니까 일상 생활을 하기가 힘들더군. 아마 다음 달

게시될 일기에 얼마나 일상에서 고통받았는지 상세하게 적을테니 지금은 간단히 경과만 알리도록 할까.

이 밑으로는 원래의 등 사진과 현재의 등 사진이 있는데 혐짤이 될 수 있다.

 

 

 

 

 

 

 

 

 

난 경고했다.

 

 

 

 

 

 

 

 

 

 

 

 

 

 

 

 

 

 

피부과 방문 2회차 때 찍은 사진.

등짝 그 까짓 거 누가 보냐며 피부과에 100만원 이상을 들여 등 고치러 다닌다고 말할 때마다 만류하는 말을 듣곤 한다. 그렇지만

거금을 들여서라도 고쳐야겠다는 마음이 확고하다는 데에는 그동안 등 때문에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니까 이해해주라.

남들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은 하지만 수영장에 갈 때나 목욕탕에 갈 때 타인의 시선이 항상 따가웠다. 군대에서도 등 보고 다들

기겁하던 것도 여전히 뇌리에 남는다.

작년인가 얼굴에 점을 빼니까 이런 생각이 들더군. 얼굴 피부 깨끗해진 것만으로 이렇게 자신감이 높아지는데 등까지 깨끗해지면

얼마나 자존감이 상승하게 될까. 통장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니 여유가 있을 때 등짝이나 고치자고 마음

먹었다. 물론 등짝 피부 벗겨내자마자 갑자기 회사 업무가 지랄맞게 많아져서 고통받게 됐지만 어떻게 미래를 다 알겠어.

아무튼 매주마다 피부과에 방문해서 2회차까지는 여드름을 관리사님이 짜주는 압출 관리를 받았다. 그런데 압출만으로는 그다지

효과가 없겠더군. 무엇보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더이상 여드름이 나지 않기 때문에 압출은 1, 2번만으로도 충분했다.

 

 

 

 

 

 

 

 

 

피부과 3회차 방문

 

 

그래서 MP라고 불리우는 피부 박피 관리를 받았다. 1회에 50만원이나 하더군. 어떤 해초를 곱게 갈아서 등의 피부에 박아넣고

피부가 재생하면서 이것을 밀어내 자연스럽게 허물을 벗겨내어 피부를 정돈하는 것이라고 대충 들었다. 상당히 아프니 꽤나 큰

각오가 필요할 거라는 조언을 받았는데 그 말을 듣고 나서도 나는 콧방귀를 뀌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얼마나 튼튼한데?

관리를 받을 때는 상당히 등짝이 따끔거리긴 했지만 아주 못참을 정도는 아니어서 내심 자신의 튼튼함에 다시금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이렇게 강인한 사람이다.

그리고 관리가 끝나고 옷을 입는 순간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마치 등짝 전체에 선인장 가시가 도포되어 있는 것 같더라고.

주저앉아서 울어버릴 뻔했다. 집으로 돌아가다가 이렇게 아픈데 진통제 처방 안 해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여 다시 가서

혹시 약 처방을 까먹으신 게 아니냐고 재차 물어볼 정도였다.

 

 

 

 

 

 

 

 

 


그리고 그날 밤

잠을 거의 잘 수 없었다. 옷을 입고 있으면 미칠 거 같았지만 하필이면 꼭 이럴 때만 슬그머니 온후해지기 시작하던 봄 날씨가 갑자기

꽃샘 추위를 맞아 다시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버렸고 방안에서 옷 벗고 있으니 피부가 너무 차고 건조해져 못버틸 지경이 되어 결국은

옷을 입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옷의 안감이 피부를 스치면서 마치 성인 만화 속 여자 주인공처럼 "응고옷!"

하는 신음 소리를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최선의 방법은 이를 꽉 깨물고 누워서 최대한 오래 잠드는 것. 일단 누워서 그저 면이 피부에 닿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면 일정 고통이

유지되니까 차라리 버틸만 했다. 그 고통에 익숙해져서인지 아니면 지쳐서인지 잠들고 깨기를 반복. 괴로움에 신음하며 한 지인에게

부탁해 사진 찍어서 보았는데 과연 괴로울만 하겠더라.

 

 

 

 

 

 

 

박피 후 2일차

더이상 따갑지 않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색다른 방법으로 고문이 시작되었다. 선인장 밭 위를 등으로 기어가는 것처럼 괴롭더니만

갑자기 모기 수백마리가 등짝을 문 것처럼 환장할 정도로 가렵기 시작한 것. 눈 질끈 감고 자려고 했지만 가려움은 따가움과 달리

참는다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하지만 절대 긁으면 안 된다는 당부가 있기도 해서 긁을 수도 없고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고.

정말이지 참신한 고문 방법이 아닐 수가 없었다.

 

 

 

 

 

 

 

 

등짝 관리를 겨울에 받은 게 실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이었다면 차라리 웃통 까고 있는 건데, 겨울이라 옷 벗으면 체온이

떨어져서 저체온증 걸릴 것 같으니 계속 고통을 감내하는 수밖에 없잖아. 그렇지만 아직 괴로움은 끝나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서 침대를 의자로 접었는데 방안에 눈이 내렸는지 바닥과 침구가 온통 허옇다. 몸에서 떨어진 각질이다.

빡치게도 아침부터 바닥 청소를 해야만 한다. 이때까지도 계속 가려운 상태가 유지된다. 박피하고 처음 2일동안 따갑고 그 다음

4일동안은 가려운 상태가 유지된다. 가려움은 점점 약해져서 정확히 박피 관리 받고, 일주일째가 되면 겨우 일상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 되긴 하지만 4일차부터 반겨주는 각질과의 싸움은 빨래와 청소 때문에 골치 아프게 하기 충분하다.

회사에서도 등받이에 등을 기대지 못하고 앉아 일을 해야 하니 상당히 정신이 피폐해지는데 일어나면 의자에 수북히 쌓인 각질

털어내야 하는 것 때문에 어지간히 열받았다. 화장실이나 때리려고 바지 내리면 바닥에 각질이 우수수 떨어져서 웃길 지경이다.

옷도 각질 투성이라 샤워 전에 옷을 털면 공중에 각질이 춤추는 게 보인다. 바닥 청소하는 맛이 있는 건 꽤 마음에 든다.

 

 

 

 

 

 

 

 

 

박피 후 6일 경과

더이상 등이 가렵진 않다. 여전히 조금씩 각질은 떨어지지만 신경이 많이 쓰일 정도는 아니다. 처음엔 따갑고 그후에 가려우면서

엄청난 양의 각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리사의 예언이 전부 맞아떨어지니 신앙심마저 생길 것 같다.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꽤나

피부가 깨끗해지긴 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야 피부를 한꺼풀 벗겨냈으니 당연한 결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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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사진

 

 

 

하지만 한번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 일단 등짝에 있는 큰 점을 빼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 박피는 대략

두번 정도는 더 받아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정도까지 했으면 여태까지 왜 글을 제대로 못썼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한 해명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공부도

전혀 할 수가 없었는데 왜 요즘 공부 안 하냐고 추궁하는 나 자신에게도 훌륭한 변명거리가 될 것 같군. 일상에서 정신이 없는데

어떻게 여가를 즐기냔 말이다.

다음 관리는 4월로 예약이 되어 있다. 그때 다시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치료 방향을 모색해봐야겠다. 6월이 되면 완벽하게

깨끗해진 등짝을 볼 수 있겠구만. 등짝... 등짝을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