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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DEA/▶ 라오 팬픽

우당탕탕 사라카엘 집필기.context

by 레블리첸 2023. 4. 10.

 

 

..흠흠.

 

 

 

사라카엘이 목을 가다듬었다. 

 

 

 

 

『사라카엘이 가로되 빛이여 아직 기후가 냉랭하니 내 어찌 하오리까

 동장군의 매서운 날끝에 어린 양이 떨고 있나이다 하니 빛께서 이르시되 내게 안기라

 이에 사라카엘이 빛의 품에 안기니 곧 전신에 온기가 느껴지더라』

 

 

 

...

 

계속 해봐. 

 

 

『사라카엘이 가로되 여기 황야에 계속 머무르나이까 아니면 사방이 벽으로 차폐된

 방으로 떠나리이까 하니 빛께서 떠날 채비를 하라 이르시고...』

 

 

크윽... 이 이상은 부끄러워서 읽을 수가 없다!

 

 

 

...

 

어느 부분이?

 

 

 

수치라는 감정이 메마른 것인가? 향후 이 몸과 구원자가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둘뿐인 공간에

당도하여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너무나도 당연한 흐름이 아닌가!

 

 

글쎄? 처녀 수태라도 하는 거 아닌가? 

 

 

처녀는 아니다만..

 

 

뭐라고?

 

 

에잇, 그대가 이번에 구원자의 마음을 명문으로 휘어 잡았다는 소문에 기대어 찾아왔건만

어찌 도움을 구하는 어린 양에게 이토록 문전박대할 수 있다는 말이냐!

 

 

....다짜고짜 찾아와서는 왜 갑자기 성경 구절 같은 걸 외는 건가 싶었는데.

그보다 방금 말은 무슨 이야기야?

 

 

시치미를 뗄 참인가? 아니면 모르는 척 칭송받길 즐기는 것인가.

그대가 집필한, 구원자를 향한 마음을 담은 글을 읽고 구원자가 감격하여 울었다는 소문이 일파만파다. 

 

 

....별 이상한 소문이 다 나고 그래.

아무튼 내가 어떻게 도움을 주길 바라는 거야?

 

 

나 또한 구원자에게 글로 마음을 전달할 것이다!

 

 

....

 

 

'다른 소문'은 알지 못한 모양이네. 

 

 

 

...

 

 

 

...그래서, 지금 여기에 피신하고 있는 거다. 

 

 

아하, 그랬구나. 이제 전후사정은 잘 알았으니까 나가줄래?

 

 

야! 그냥 쫓아내면 어떡해?

 

 

1시간 있었으니까 참치 2개 내놓고 나가기 전에 바닥 쓸고 가. 

 

 

이잇....! 네녀석들에게 정녕 인간의 마음이라는 게 있는 것이냐!

 

 

아- 알았어. 그럼 여기 계속 있을래? 대신 절대 떠나면 안 돼?

잠깐 나가서 리제를 데려올 테니까...

 

 

그만둬라! 그런 짓을 했다간 내가 죽어버린다!

 

 

 

그때 바르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쪽을 도울 수 있는 적임자를 초빙해왔다. 

 

 

오..?! 이야기 초반부에 자리를 떠나서 관심 없는 줄 알았건만, 감사하게 됐군. 

 

 

요지는, 주인님에게 글로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데 기술이 필요한 듯하더군. 

소문에 의하면 페어리 자매의 리제가 뛰어난 문장력으로 주인님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였다고 들었다. 

 

 

여기 있었구나.

 

 

이야기를 너무 초반만 들었잖나!!!!!

 

 

덕분에 찾느라고 고생을 했다구요? 사라카엘 씨...

제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떠나버리셔서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요. 

 

 

오, 오지 마..! 오지 말아라! 내..내.. 내 곁에 가까이 다가오지 마...!!!

 

 

아이, 시끄러워!

리제는 지금 완전 무장 해제 상태잖아. 대화로 잘 풀어보면 어때?

 

 

중개료로 참치 3캔 받을 거야. 

 

 

주인님은 우리 대원들이 서로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길 바라신다. 

그 뜻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자는 내 검이 용서치 않아. 

 

 

저 자에게 대화라는 게 정녕 통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냐?!

네녀석들은 비교적 최근 합류했으니 알지 못하느니라!

 

 

 

리제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해야. 오르카호의 대원 모두는 주인님의 소중한 보물이고 자산이야. 

내가 주인님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망가뜨릴 리가 없잖아.

 

 

에? 인격체는 아니라는 말씀..?

 

 

나는 그저 조금 전 당신이 읽어준 고리타분한 글의 폐기를 도와줬을 뿐이야. 

그건 그냥 새로 쓰는 게 나은 수준이었으니까. 

 

 

..아아, 그런 거였나. 

내가 너무 소문에 휘둘리고 있었던 모양이군. 오해해서 미안하다. 

 

 

리제가 쓴 글이라는 게 이거야?

 

 

그런 모양이군. 리제를 찾으러 갔다가 우연히 책상 위에 있길래 가져왔다. 

한번 읽어봐도 되겠나? 

 

 

....뭐, 마음대로 해. 

 

 

어디 어디, 나도 볼래- 내가 내 은쟁반 위에 구르는 옥구슬 같은 목소리로 읽어줄게-?

 

 

와, 진심 고막 폭파시키고 싶어질듯.

 

 

'주인님 사랑해요 주인님 사랑해요 주..'

 

 

'Love love love love love.....?'

 

 

 

공책을 수십 장씩 뒤로 넘겼지만 그 안에는 '글'이라고 부를만한 내용은 없고 투박한 글씨체로 적힌

사랑과 주인을 가리키는 글자로 빼곡했을 뿐이었다. 곧 바르그는 낭독을 그만두고 묵묵히 문장을 찾아

책을 끝까지 살폈지만 결국 셋은 침묵 속에 공책을 덮을 뿐이었다. 

 

 

 

...

 

...

혹시 주인이 울-

 

 

천아가 황급히 장화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쉿, 눈치껏 닥쳐. 장화야. 

 

 

혹시 구원자가 울었다는 게 무서워서 울었다는 뜻이냐?

 

 

...!

 

....?!!

 

 

...무슨 말이야?

 

 

하아, 처음부터 물어볼 대상이 잘못되었던 모양이다.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딱 이꼴이로군. 

 

 

정리하자면, 그쪽의 문장력은 나보다 이하라는 거다. 

 

 

이야 이거....

 

개 망했네..

 

 

 

천아가 조용히 문 밖으로 나갔다. 그것을 본 바르그도 조용히 나가려고 했지만 리제에 의해 팔목을 붙잡혀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꼴이 되고 말았다. 

 

 

 

재미있는 견해네. 

어디 한번 다른 분들의 고견도 물어볼까? 소감을 들려줄래? 번견 양.

 

 

어, 음.... 어- 어쨌든 주인님을 향한 연심이 얼마나 깊은지 잘 알 수 있었다!

썩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래, 그럼 거기 고양이 아가씨는?

 

 

그, 그... 그....

 

 

글이고 나발이고 이건 그냥 낙서잖아!

 

 

그래..

 

 

하하하, 걱정 말아라.

이 내가 직접 그대에게 작문법을 전수해줄 터이니.

 

 

 

...

 

 

 

...그래서, 지금 여기에 피신하고 있는 거다. 

 

 

......

 

 

야, 오해는 하지 마라? 그정도는 솔직히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데

주.. 아, 아니, 그녀석이 우리끼리 싸우는 거 별로 안 좋아하니까 져주는 거야. 

 

 

때로는 물러서야만 할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런 거라면 뭐... 숨겨주는 일 정도야 어렵지 않으니까 도와줄게.

일단 음료 좀 마실래? 마침 머큐리가 몸에 좋다고 허브티를 잔뜩 사 왔거든. 

 

 

고맙다! 빛의 축복이 함께하길.

 

 

거들도록 하마. 

 

 

헤헤.. 잔을 준비해둘테니 커피포트에 있는 온수만 부어줘.

 

 

...음? 왜 잔이 다섯 잔이지?

 

 

에? 나랑 천아, 장화, 바르그 그리고 사라카엘 양까지 총 다섯 명 아니야?

 

 

천아 그녀석은 진작 다른 데로 도망쳤는데?

 

 

? 저 사람 천아 아냐?

 

 

 

우르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모두가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

 

 

리제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

 

 

....!

 

........주, 주인님...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분들이네요.

근데 이제 도망칠 곳이 없는 모양이네요?

 

 

자, 잠깐만. 대화로 해결하자. 까놓고 말해서 이렇게까지 분위기 험악해질 일이야?

 

 

장화의 말대로다. 비록 그대의 작문 실력은 유아 수준이지만 대화라면 충분히 할 수 있겠지.

 

 

제발 닥쳐....

 

 

주인니임...

 

 

주인님이 칭찬해주신 내 글을 두고 형편없다고 말하는 해충은

모조리 박멸해줄 거야..

 

 

걱정 마, 화풀이가 끝나면 예쁘게 봉합 수술까지 끝내줄테니까!

 

 

리제가 가위를 뽑아든 순간 누군가가 리제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정말,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야. 

 

 

주, 주인님...?!

 

 

아니예요! 이건 그... 저, 저 해충들이..! 리제가 주인님을 생각하며 쓴 글을...!

 

 

셧다운이 필요하겠군. 

 

 

 

사령관이 곧바로 리제의 머리카락을 거두고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피에 굶주린 흡혈귀처럼 빨자 리제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주저앉기 시작했다. 사령관은 리제의 허리에 팔을 감고 반 강제로 그녀를 일으켜 세웠고

허공을 휘젓는 리제의 손을 포개어 잡았다. 

 

 

 

스튜페파이!

 

 

 

리제의 귀 안에 바람을 훅 불어넣자 곧 리제가 바들바들 떨면서 의식을 잃고 사령관에게 몸을 기댄 채 기절했다. 

 

 

 

다행히 늦지 않은 모양이네?

 

 

혼자 내뺐을 때 진짜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었는데.

 

 

뭐, 아무튼 그렇게 됐어. 일단 천아에게 어떻게 된 건지는 대충 전해 들었거든?

 

 

...오늘밤 사라카엘은 고해성사실로.

 

 

..?! 미, 밀실로 나를 데려가서 어찌할 생각이지?!

이 파렴치한...!

 

 

 

 

이후 메차쿠챠 혼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