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에도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목감기 때문에 고생했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일기에도 무려 주말까지 포함해서
일주일 넘도록 괴로워했었던 것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제 드디어 목감기가 떨어져 나갔나 싶었더니 이번엔 코감기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4월에는 목감기였고 5월은 코감기인데 심지어 지금의 코감기는 지난주부터 아프기 시작했으니
이 역시 벌써 거진 5일차에 접어드는 중이다. 그나마 주말동안에는 집에만 있었고 누워만 있었으니 아픈 걸 잘 모른
채 넘어갈 수 있었는데 회사 출근하니까 아픈 것이 확실히 체감되더군.
참으로 억울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자격증 공부 때문인 이유도 있었고 특히 이번 주말에는 방 안에서 그림 그리고
파이널컷 다루는 연습 겸 가볍게 음악이나 편집했는데 아팠으니 말이다. 혹시 정오마다 근처 카페에 나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오는 동안에 바이러스에 걸린 건가 싶어 굉장히 억울했는데 사실 진범은 고시원 원장님이었다. 어찌
된 것이냐면, 고시원 원장님이 요즘 들어 굉장히 기분이 우울하신지 기분 전환을 위해 곧잘 극장에 가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영화를 보러 갔다가 감기에 걸려버렸고 그대로 밥을 지어서 고시원 안의 식구들을 먹였더니 글쎄 모두가
감기에 걸리게 되었다는 거다.
상식적으로 병에 걸렸으면 밥을 짓지 않고 가급적 자가격리하는 것이 당연한 조치가 아닌가 싶지만 고시원 원장은
자신이 아니면 그 누구도 밥을 짓지 않을 것이며 이에 대한 대가는 자신이 치르게 될 것이라 생각되어 강행을 하게
된 것이 아닌가 짐작만이 가능했다. 아무튼 이번 일이 있고 나니까 앞으로 구매해둔 소형 밥솥으로 혼자 밥 지어서
먹을까 심히 고민하게 되더라. 화장실이 딸려 있는 방이었다면 내친김에 시행했으련만. 고시원이 방세가 저렴하니
감안해야겠지.
2023. 5. 13
병으로 앓아누운 동안 고시원 총무에게 따로 취사를 부탁했었다는 내막을 고시원 원장님을 통해 전해 들었다.
오해를 풀어야겠지. 일주일동안 출처를 모를 병 때문에 괴로워했더니 억하심정이 쌓여서 괜한 곳에다 화풀이
한 것 같다.
천만다행히도 현재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그나마 감기가 많이 호전된 상태다. 체력이 회복된 덕분에 식욕과 성욕이
회복되긴 했지만 여전히 비강이 부어 코는 막혀있는 상태이고 이따금 소름이 끼치는 편두통으로 지끈지끈거리지만
최소한 어제나 그제보다는 낫다. 원래라면 오늘은 친구 집에 갔어야 하는 날인데 지금의 몸상태로는 괜히 친구한테
갔다가 가뜩이나 돈 버느라 바쁜 녀석에게 감기라는 악재를 떠넘길까봐 그냥 말았다. 친구가 지금의 나를 확인하고
병세가 다 나은 거 같은데 방문하질 않으니 서운하다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걸 생각하니 오히려 서운해지는 것 같군.
가정일 뿐이지만.
아프다는 건 참 성가신 일이다. 특히 코로 호흡하기가 힘드니 산소 결핍으로 두통이 생기고 무기력해진다. 코 안이
따끔거리니 죽을 맛이기도 하네. 원래라면 슬쩍 한번 중국어 공부를 시작해보았으련만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골골
앓기만 할 뿐이라 속상하다. 이렇게 악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정신력을 발휘해서 자기개발을 해내는 사람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으나, 그걸 정상인으로 보기도 어려울 거 같군. 그저 나는 한없이 정상에 가까운 셈치자.
이번 주말이 되기 전에는 부디 다 나았으면 좋겠다. 코감기에 걸렸을 때에 흘리게 되는 콧물은 그야말로 바이러스
국물이라는 말이 있다. 가장 전파성이 큰 매개체라는 뜻이다. 사람인지라 가끔 콧물을 삼키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스스로를 감염시켜서 코감기에 걸렸던 사람이 곧바로 이어서 목감기에 걸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하더군. 지난
달에 목감기로 고생했었기 때문에 하늘이 양심이 있다면 목감기로 이어지지 않고 지금 코감기에서 그만 끝내야지.
역시 병원에 갔으면 조금 더 빨리 나았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아프다. 아파서 작업 활동은 전혀 하지 못했다. 할 의향도 없다. 놀랍게도 어제는 오후 20시쯤에 잠들었고
그저께는 오후 8시에 잤다고. 아프면 원래 그렇다. 더군다나 집에서 신선 놀음하는 사람도 아니고 회사에서 아픈
머리를 쥐어싸매며 잔뜩 찡그린 미간으로 극한의 집중력을 끌어내가며 일한 현대판 종놈이다 보니 귀가하자마자
동시에 혼절해버리는 게 당연하겠지. 지금도 여전히 재채기할 때마다 골이 울리면서 매우 아픈 상태다.
자야겠다.
'■ Diary > ▶ 아무 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3회차 헌혈과 엉킨 주말과 클래식 (0) | 2023.05.14 |
---|---|
계획 없이 사람은 살 수 없어 (0) | 2023.05.13 |
노가다의 역설 (0) | 2023.05.01 |
그림의 갈림길에서 (0) | 2023.04.29 |
The World's Most Miserable Birthday (0) | 2023.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