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손톱이 깨지고 있다. 개복치마냥 코트 울에 걸려서 툭하고 부러지고 심지어 캔 뚜껑 따다가도 부러져버렸다.
아마 건강 상태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알리는 신호가 아닌가 싶다. 최근에 만났던 지인에게서도 안색이 좋지 않다면서
걱정을 끼쳤는데 역시 돈을 아끼기 위해 밥에 김치랑 닭가슴살만 먹었던 게 그다지 좋은 영향을 가져오진 않는듯하다.
영양제를 챙겨먹으라고 조언을 듣기는 했는데 식비를 아끼면서 값비싼 영양제에 수십 만원씩 투척한다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듯하여 좀처럼 결단이 서질 않는다. 그럴 바에는 예전처럼 매끼마다 푸짐하게 밥을 먹고 말지 싶고.
어떻게 하면 다시금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 갑자기 노가다가 땡기더라. 요즘 회사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아마 슬슬 열정이 고갈되거나 타성에 젖어버리기 시작한 게 원인인 거 같아서 다시 현장일로 풀어져버린
기강을 바로잡을 때가 된 게 아닌가 싶다. 또 한번 현장의 쓴맛을 봐야 사무실에서 시원한 에어컨 또는 뜨끈한 난방을
만끽하면서 일할 수 있는 것의 감사함을 느끼겠지. 원래는 날씨가 더욱 더워지기 전에 시작하려고 했었다만 뜻밖에도
피부과 치료가 은근히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일정을 미루었던 게 살짝 안타깝다.
혹자가 묻기를 건강이 나빠졌다고 하면서 왜 노가다판으로 다시 눈길을 돌리냐더라. 노가다판에서 일하면 오히려 더욱
몸상태를 망치는 일이 아니냐고. 그야 현장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러한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일을 할 때 장비를 잘
갖추지 않는다면 현장의 흙먼지를 그대로 삼키고 시멘트를 뒤집어 쓰고 온갖 철근에 살갗이 찢겨지며 건강을 삽시간에
잃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장비를 제대로 갖추어서 보안경을 써서 안구를 보호하고 방진 마스크를 벗지 않고 보호구
착용을 제대로만 하면 건강과 돈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노가다판에 가면 당연히 함바집의 조식과 중식이 제공되는데 영양 균형이 잘 잡혀 있다. 고기 반찬이 적을 수는 있어도
평상시 먹기 힘든 야채, 채소를 잔뜩 섭취할 수가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순수하게 사람의 노동력을 뽑아내서 돌아가는
장이기 때문에 부족한 운동량을 늘릴 수 있다. 돌이켜 보면 노가다판에서 자주 봤던 사람들은 대게 탄탄했던 것 같더군.
몸상태가 나쁘면 입장조차 할 수 없는 곳인 탓도 있지만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새벽에 일어나게 되어 아침형 인간이
되고 아침과 점심을 풍족하게 먹기 때문에 영양소도 잘 섭취할 수 있고 계단을 오르 내리거나 자재를 들어 옮기는 일이
잦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매우 건강해지는 거다.
다양한 일용직 현장을 경험해 보았는데 건설 현장만큼 사람을 잘 챙겨주는 곳이 달리 없는 거 같다. 몇번이나 겪었지만
이삿짐 업체는 어떻게 해서든지 청년들 속여서 연장 근무 수당 안 주려고 혓바닥을 굴려대고 방송 업계는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지만 권위적이고 허세로 가득해서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자가 없다. 노가다에는 그나마 정이 있다 할지.
생각난 김에 지벤 안전화나 구매해야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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