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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123회차 헌혈과 엉킨 주말과 클래식

by 레블리첸 2023. 5. 14.

 

 

 

 

 

 

 

내일은 무얼할까 생각하면서 써놓은 일일 계획표가 있었는데 미리 언급하자면 이미 망했다. 눈을 뜨니까 11시더군.

12시까지는 헌혈 센터에 가야 하는데 과연 1시간 안에 씻고 글 쓰고 밥 먹고 출발해서 도착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가능했다. 후다닥 머리 감고 밥 먹으면서 글을 쓴 다음 빠르게 설거지를 마무리한 다음 전동킥보드로 질주했더니 딱

시간에 맞게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잠이 덜깬 탓에 몰골이 상당히 추레했다. 사진을 찍어서 한 번 봤더니

그대로 아이폰을 들어 안면을 찍어버리고 싶을 정도의 꼬락서니더군.

아이폰이라고 하니까 생각난 건데 역시 아이폰은 3개 정도 있어야할 거 같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아이폰으로는 지금

머릿속에서 흘러넘치는 글을 생동감 넘치게 받아 적고 다른 1개의 아이폰으로는 노래를 듣고 나머지 하나는 예비로

들고 다녀야겠어. 가방 들고 다니기 싫은데 서부의 총잡이처럼 허리춤에 권총집이라도 착용할까 싶다.

예전부터 잠이 많은데 제대로 정신이 깨질 못하면 말을 횡설수설하고 행동이 거칠어져서 여기저기에 부딪히는 등등

제대로 힘조절을 못한다. 다음에는 조금 더 또렷한 정신 상태를 유지하여 헌혈 같은 외부 활동을 해야겠다 다짐했다.

아마도 기 백번 째의 다짐인 거 같은데. 오늘의 일정을 압축해서 소화했으니 돌아오는 길에 덮수룩해진 머리카락 좀

쳐내고 집에서 한껏 가벼워진 머리로 작성해둔 중국어 필기 자료를 정리하다가 저녁 먹으면 끝.

지금 위의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른다. "이게 대체 뭔 글이냐?"

놀랍게도 잠이 덜깬 상태에서 헌혈 순번 기다리는 동안 메모장에 휘갈긴 글이다. 잠에 취해있으면 원래도 제정신이

아닌데 더욱 온전한 정신 상태가 아니게 된다. 너무 많은 생각들이 흘러넘치기 때문에 메모장에다가 부어서 비워줄

필요가 있다.

 

 

 

 

 

 

 

 

 

 

요즘 음원 편집하는 데에 재미가 들린 상태이기 때문에 헌혈하면서도 내내 다양한 음악들을 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고전 명곡 클래식에 마음을 사로잡혔는데 덕분에 상당한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Erik Satie의

Gymnopédie No.1, Johann Pachelbel의 그 유명한 Canon in D Major 등. 점점 듣는 곡도 꼰대들처럼

되어가는구만. 이러다가 갑자기 악기 배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발전해버리면 큰일인데.

블루투스 골전도 이어폰을 통해 노래를 들으면 어쩔 수 없이 주변에 내가 무슨 노래를 듣는지 광고하는 꼴이

되고 마는데 클래식을 들었던 탓인지 이번에는 간호사가 나를 부르는 호칭이 '선생님'이었다. 하기사 이제는

그럴 나이대지.

 

 

 

 

https://www.youtube.com/watch?v=S-Xm7s9eGxU&list=PL5VM0NW2UthtPj6yJ_4Z7eZ70PDVlIrCH&index=81

 

 

 

 

 

 

전혈을 진행했는데 헌혈 보상이 상당히 짭조름하더군. 당초의 계획대로였다면 오늘 헌혈하고 문화상품권을

받아서 투믹스에 결제하려고 했는데 겨우 5,000원밖에 얻질 못했다. 요즘 대한민국 물가에 5,000원으로는

순대국밥조차 못사먹는다고. 아쉬운대로 5천원이랑 맥도날드 햄버거 교환권을 받았다. 나중에 저녁 사먹고

싶은 충동이 생겼을 때 써먹어야겠군.

대신 지난 번엔 텁텁하기 짝이 없는 과자를 주었던 것에 반해 촉촉한 초콜릿 과자가 많아서 상당히 흡족했다.

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였는지 지나가시던 간호사 분이 혹시 과자 더 먹겠냐고 물어보시더군. 만약 내가

인싸였다면 넙죽 받아먹었겠지만 낯을 상당히 가리는 아웃사이더라서 쉽지 않았다. 더 먹고 싶었는데.

지금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실 거다.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쓰고 있는 건가?"

정답이다. 아직 잠이 덜깬 상태다.

 

 

 

 

 

 

 

 

 

 

맛있게 과자 먹는데 문득 손톱이 너무 길어졌다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귀가하면 곧바로 손발톱 정리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이미 빨래를 마무리하고 손톱 정리까지 마무리한 상태니 너무

걱정하진 말라고.

다만 아쉽게도 헌혈하고 돌아오는 길에 곧잘 방문하던 미용실에 갔더니 영업하지 않아서 이발하지 못했다. 머리

너무 길어서 조금 스트레스 받고 있는데 내일 퇴근하면 부리나케 달려가야겠군. 그러고 보니 셔츠라도 구매하고

돌아올걸 그랬나. 혹시 내일 예약해둘 수 있을까 싶어서 전화도 해보았는데 안 받으시더라. 여러 모로 은근히 잘

풀리지 않는 주말이다.

 

 

 

 

 

 

 

 

 

 

 

123회차 헌혈, VMS 봉사 횟수 163회에 635시간. 그다지 감흥은 없어졌다. 전부 애매한 숫자들이라서 그런가.

회사에서 요즘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 보이기에 헌혈을 제안할 겸 다같이 헌혈하러 가보자고

하려고 했다는 것이 뒤늦게 생각났다. 하지만 지금 전혈을 해버렸으니 다음에 헌혈이 가능한 날은 2달 뒤네.

무언가 계속 아쉬움이 남는 모양인데 아마동기부여가 필요한 듯하다. 근데 봉사활동은 어디까지나 자기만족의

영역이니까 계산적으로 따져보면 시간 낭비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보람차긴 하지만 굳이 노력을 들이면서까지

몰두할 필요는 없겠다. 현상 유지하기로 하고 좀더 건설적인 장난감을 찾아보자고.

이미 음원 편집, 자격증 공부라는 장난감을 한손에 하나씩 쥐고 있잖아. 욕심도 참 많은 녀석이다.

 

 

 

 

 

 

 

 

상당히 오랜만에 헌혈을 하기도 했고 한번 적십자 홈페이지에 가 보니까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중이더라. 응모했다.

혹시 관심이랑 시간이 둘다 있는데 할 일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 헌혈을 하러 가보는 건 어떨까.

원래는 게임 기록 일지도 쓰려고 했는데 아직 충분히 자료가 쌓이지 않아서 건너뛰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진짜로

그림도 그려야 하는데. 덧붙이자면 참 일진 사나운 날이기도 하다. 집에 와서 대충 문화상품권의 스크래치 부분을

긁었는데 앞서 언급했다시피 귀가한 직후에도 여전히, 심지어 주사 바늘을 따끔하게 꽂았었는데도 여전히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아 완급 조절에 실패해 PIN 번호가 찢겨져 훼손되어 버렸다. 내일 출근하면 직접 고객 센터에다가

문의해봐야할 거 같네. 참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