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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The World's Most Miserable Birthday

by 레블리첸 2023. 4. 28.

 

 

 

 

 

 

 

올해의 생일상.

생일 챙기는 건 참 귀찮은 일이다. 생일이니까 뭔가 특별한 하루를 보내야만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그날을 돌이켜 보았을 때

만약 하루를 망쳤다면 잠잘 때 가슴에 무거운 추를 올려놓은 것처럼 불편함에 쉽사리 잠에 들 수가 없게 되고 이것저것 나에게

투자해서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고 해도 바로 그 다음날 돌이켜보면 '굳이 그랬어야 했나' 생각이 들어 편치 못하다.

그래도 일년에 단 하루뿐인 태어난 날인데 의미 있게 보내야 하지 않겠냐는 조언을 많이도 들었다. 의미가 있다는 의미는 뭘까.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 걸까. 사람은 아프고 고통스럽고 분통 터지는 사건 사고가 가장 오랫동안 기억에

남기 마련이니까 한번 최고로 끔찍한 생일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의미 있는 하루가

되겠지.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재작년 즈음에만 해도 생일을 노가다판에서 보내곤 했었지. 생일날 흙먼지를 뒤집어 쓰면서 흙탕물

속에 빠져 삽으로 하수를 퍼내며 정오에 다 젖은 양말을 벗어둔 신발에 얹어서 말려볼 시도를 하며 종이 상자를 이불처럼 깔고

자는 것만큼 비참한 일이 더 있을까? 생각해보면 이미 최악의 생일은 겪었던 걸지도. 충분히 의미 있는 생일은 보냈던 거 같네.

심지어 이번에는 회사에서 생일이니까 복지 차원에서 유급 휴가까지 제공해주었다. 이미 보상 받았잖아.

그렇다면 그 누구에게도 축하받지 못하고 기억되지 못한 생일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물론 그것도 쉽지 않더군. 워낙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는 사회이다 보니. 오히려 축하 받지 않으려고 했더니 관심을 끌어서 더더욱 많은 축하를 받아버렸다. 계획한 대로

풀리지 않으니까 상당히 끔찍한 기분이긴 했어.

 

 

 

 

 

 

 

생일이라 연차도 받은만큼 드디어 은행에 가서 업무를 볼 수 있었다. 한도 제한 계좌 상태였기 때문에 이것을 해제할 겸

1,500만원 정도 소소하게 예금 하나 개설했다. 주식 계좌에 넣으면 어떨까 고민도 했었는데 주식은 어디까지나 잃어도

전혀 아깝지 않을 수준의 금액으로만 운용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던 것을 상기하며 예금으로 돌렸다. 그러고 보니

이번달 들어서 꽤 오래 운용한 적금이 만기되어 해지했는데 이자가 꼴랑 2만원 정도였던가.

주식으로 가끔 적게는 1~2만원부터 최대 6~7만원 정도 수익을 받다 보니 적금 이자가 너무나도 초라해보였다. 아무리

안전 자산이라지만 들어가는 시간 대비 너무 과하잖아. 아마 적금에 들어가는 금액 자체가 적었던 탓이려니 생각되어서

적당히 예금이나 굴리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달러로 결제할 수 있는 체크카드를 하나 개설했다. 업무용으로.

 

 

 

 

 

 

 

버거킹에서 생일에 햄버거 하나 먹을 수 있는 쿠폰을 준다. 역시 버거킹이 최고야. 점심에는 닭가슴살에 밥을 먹고

햄버거 하나 먹었다. 그리고 CSTS 필기 자료를 이어서 작성해야겠네. 다음 생일에는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한 번

구상해볼까 싶기도 하다. 계획적인 생일을 보내보는 것도 재미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