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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거세 마렵군

by 레블리첸 2023. 6. 22.

 

 

 

 

 

 

 

생산적인 활동을 해도 모자랄 귀중한 시간을 결국 야한 거나 찾으면서 허비했다. 요령 좋게 포장하자면 회사에서 특별히

하달받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자료 조사지만 만약 사람 왕래 많은 사무실 한가운데에서도 같은 행위를 할 수 있겠냐고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스스럼 없이 그렇다 즉답할 수 없는 것을 보면 켕기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은데 어쩌면 즐기기 힘든 상태에 몰려있는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당장 밀려있는 업무도 있고 보완해서 수정해야만

문서도 즐비하고 공부하며 필기해야 하는 자료도 산더미고. 그러는 와중에 회사에서 새로운 임무까지 받았으니.

자료 조사는 겨우 끝냈지만 조사만으로 달성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에서 자괴감이 느껴진다. 적당히 타협한 다음

일찌감치 필기 자료를 작성했더라면 지금쯤 한개 단원 정도는 마무리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한 번뇌에 사로잡혀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애시당초 곁눈질을 하게 만드는 요소가 완전히 배제된다면 좋겠군. 조금 반 고흐가 자기 귀를 잘라낸

이유를 알 거 같다. 귀 대신 거세해버리고 싶을 정도라고.

기묘하게도 여유롭고 싶어서 입사했는데 근무 시간 중에 딴짓거리하는 건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업무량이 넘쳐난다.

담당 중인 프로젝트 자체는 안정기에 들어갔다고 하지만, 진위 여부를 다 떠나 호수 위 고고해 보이는 백조가 미친듯이

헤엄을 치고 있다는 말처럼 안정적인 것으로 보이기 위해 지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무런 기별도 없이 아주 살짝

빌드를 수정해서 배포하는 개발자. 때문에 조금씩 비틀리기 시작하는 시험 문서와 실제 빌드. 그 괴리를 해소하기 위해

문서 수정 업무가 공식적으로 하달되어야 하는데 전혀 그러한 시간이 배분되고 있지 않다. 거기다가 팀 내에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피로가 가중된다. 아무도 책임 지는 사람도 없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없어. 만약 공식 문서

수정 시간이 제공된다면 올타쿠나 생각하고 이 기회에 푹 쉬자고 말하겠지.

 

 

 

 

 

 

 

 

 

 

 

자기개발은 아무도 안 해. 그러한 분위기에 휩쓸려 나도 지난 주말 시험을 친 다음부터는 자기 위로에만 열중하고 있나 보다.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은 채로 시험에 임하였다며 스스로에게 잔뜩 빈정거렸던 주제에 뭐가 불쌍하다고 포상을 주고 있는지

스스로도 의문이 자아지는군. 다시금 광기가 필요해. 진지하게 고민을 성토해볼 필요가 있겠다. 요즘 회사 사람들이랑 너무

친해져버려서 너무 물렁해져버린 것 같다. 내게는 혹독한 환경이 필요해. 고립시켜야 해.

타인에게 할애된 나의 감정과 시간, 노력을 회수해 온전히 다시 나에게 써야 한다. 그래야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외부로

새어나가는 나의 기력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틀어막아야만 한다. 일단 이번달 말까지는 제출해야 하는 문서와 달성해야만

하는 업무량이 있으니 여기까지만이라도 시작점을 미뤄야겠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달성해야만 한다고 망설임 없이 답을 하는 것이 지금이다.

이번 기회에 다시금 '해야만 하는 작업'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해서 정리해보자고. 일주일 안까지 그림 원고를 제출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번달 말까지 할당된 업무를 말끔히 수행해야 한다. 사실 그건 큰 무리가 없다. 그리고 8월에 리눅스 마스터

2급 시험 준비를 마무리하고 HSK 3급 시험에도 응시해보고 싶다.

너 일 끝나면 정신적으로 피로한 건 잘 알아. 날도 더워져서 집 돌아오면 기진맥진한 것도 사실이지. 누워서 집중하기 힘든

점도 이해해. 하지만 이제 진짜 남은 시간이 더 없다는 거 알잖아. 한낱 그림 구경따위 해서 남은 게 결국 뭐야. 궁극적으로

성취하고 싶은 목표로부터 한 발자국씩 점점 멀어지기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일단 가장 중요한 해야만 하는 일들. 이것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지. 일정대로 흘러가야 하는 부분에서는 구태여 힘을 들이지 말고.

내일 아침에 눈을 뜨게 되면 또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뻔뻔해질 필요는 있어. 업무 할당량이 끝나면

더이상 상관하지 말고 귀가하면 의지가 약해져서 하기 힘들었던 HSK와 리눅스 마스터 필기 자료를 마저 정리해. 점심에

식사 마치면 동료들에게 선언해. 더 이상 시간을 같이 보내지 않겠노라고. 어차피 각자 알아서 밥 잘 챙겨먹겠지. 네 목표.

확실하게 전달해. 항상 중요한 결단을 내릴 때 어울리지도 않게 남 생각해서 발을 빼는 경향이 있던데, 그냥 원래 싸가지

없는 너답게 행동해. 뒤늦게 예의 차릴 필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