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해야겠지. HSK 중국어 자격증 3급 시험에 합격했다. 다만 점수를 보면 합격이라고 말하기는 힘든 수준이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취득한 건 취득한 거니까. 준비 기간은 길었다면 길었고 짧았다고 생각하면 짧았다. 회사 다니면서
공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창 업무가 바빴고 업무 외적으로도 원고 준비하느라 정신 없었거든.
계속 이렇게 주절주절 넋두리를 늘어놓는 이유는 스스로 공부 과정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해서겠지.
HSK 시험 전날에는 CSTS 자격증 시험이 있었고 CSTS 자격증 시험이 있던 날에는 놀랍게도 치과에서 진료를 받았다.
제정신이 아니었네. 때문에 HSK 자격증 시험 응시를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시험을 보며 내가 너무 공부를
안 했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었고. CSTS는 아마도 이번에야말로 간당간당하게 붙겠는데 이건 떨어지겠구나 생각했었다.
정반대로 CSTS가 단 2점 차이로 떨어지고 HSK는 턱걸이로 붙었지만 말이다.
HSK 시험이 항상 엿같은 부분은 시험 일정이 쓰잘데기 없이 빽빽하고 엄중하다는 거다. 시험 시작이 13시 30분부터인데
입장 가능 시각은 13시 20분이라 10분의 여유밖에 없다니 조금 어이가 없다. 시험 장소에는 오후 12시 50분쯤 도착했다.
이미 많은 수험생들이 주말의 더위로 한껏 달궈진 건물 복도에 줄줄이 서서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다들 한손에 공책을
들고 열심히 노려보고 있었는데 가관이었군.
아무리 당장 신분은 '수험생 나부랭이'라고 하지만 난 엄연히 7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고가의 응시료를 지불한 '고객'인데
이딴 식의 처우가 가당키나 한 것인가 싶어서 천천히 열불이 나기 시작했다. CSTS도 똑같이 응시료가 7만원인데 1시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고 내부에는 냉방이 완전 가동되어 모든 수험생이 쾌적한 환경 속에 시험 응시 준비를 할 수 있거든.
도대체 어떠한 연유로 입장 여유 시간을 10분 안팎으로 설정한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물어봐도 규정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영양가 없는 대답이나 하겠지.
너무 더워서 복도에 서 있으면 질식할 거 같기도 하고 서서 있으면 괜히 체력만 더 소모하는 것 같아서 비상 계단으로 나가
앉아서 쉬다가 천천히 입장했다. 이제 슬슬 시험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지. HSK 1급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내가 느낀
바로는 확실히 어려웠다는 거다.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풀 수 있는 문제가 거의 없는 수준이다. 한자 자격증 1급을
가지고 있는데도 그다지 시험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중국어 회화가 익숙하지 않는다면 듣기 영역에서도
풀 수 있는 문제가 없는 지경이다.
그래서 시험 보고 나니까 더 욕심이 났다. 조금만 더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비록 2년이라는
유효 기간이 있는 시험이라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성적이지만 힘을 내서 6급의 영역 한번 손도장 찍어보고 싶어진다.
조금만 더 공부해서 지금보다 더 나아지게 된 어느날 HSK 3급 응시해놓고 어려웠다면서 징징대던 스스로를 돌아보았을
때에 얼마나 귀엽고 하찮을까 생각하니 벌써부터 즐거워지더라고.
덩달아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어디까지나 연봉은 적어도 회사에서 충분히 농땡이 부려도 소화
가능한 수준으로 쉽고 적은 업무가 주어져 완벽하게 워라밸이 가능하다는 걸 이점으로 생각했었는데 요즘 점점 나에게만
일거리가 늘어나서 제일 좋아하는 취미인 자격증 공부에 소홀하게 되었다니 어불성설이잖아. 돈도 적게 버는데 여가생활
신경쓸 여력도 남질 않는다니.
요령으로 취득했다고 스스로 여겨지기 때문에 HSK 3급을 취득하고 나서도 성취감이나 보람을 느끼지 못하였다.
차라리 떨어졌으면 개운하기라도 했을까. 자신과 대화를 나눠보고 목표 재설정 및 일정 조율을 새로이 할 필요를
느꼈다. 아무래도 어딘가에서 단추를 잘못 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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