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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아씨 뭐한다고 했더라

by 레블리첸 2023. 12. 10.

 

 

 

 

 

 

 

 

확실히 잠이 부족하긴 했는가 보다. 아니면 역시 누워서 생활한다는 게 정신력을 상당량 요구하는 일이고 나에게는 절대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거나. 주말동안 나태했다. 구글 계정의 복구는 나름대로 진전이 있었지만 성과는 미미했으며 본래

하고자 한 공부는 전혀 하질 못했다. 반성해보니까 누운 상태에서는 책을 펼치는 게 불가능하지 않나. 그림 한점 그리지

못했던 이유도 누워있는 상태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앉는다면 되는 일이 아닌가. 앉아서

작업과 활동을 하기 싫어서 와식 생활을 위한 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결국 공부할 분량을 모니터를 통해서 볼 수 있도록

촬영하는 방식을 택하는 수밖에. 이번에 처참한 결과를 보았으니 대안을 마련해야겠다.

책은 항상 가까워야 한다는 성현의 말이 옳다. 손과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있으니 마음이 가질 않는 것이다. 오락은 항상

근처에 두고 있는데 정작 가까이 해야 하는 친구는 내팽겨친 상태였네. 책장에 꽂혀있는 서적은 심지어 가방으로 가려

보이지 않고 몸을 일으키지 않으니 책장의 책을 뽑을 일도 없지. 회사에 책을 가져가야겠다. 반년 전 CSTS 필기 자료

작성을 어찌 해냈던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회사에서 공부한 게 크긴 컸던 모양이다.

아, 그래도 주말에 회사 관련된 업무는 다 처리했다.

 

 

 

 

 

 

 

 

 

 

줄자가 없으니 영 불편하군. 계측이 일상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별개로 주말은 미친듯이 따뜻했다. 이발하러 나가니

포근한 공기가 코끝을 간지럽혀 소름이 돋더군. 한쌍의 앳된 연인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팔짱을 끼고서 스쳐지나갔는데

놀러 나가기 좋은 현재의 날씨에도 인류에게 남겨진 미래는 암울하기 짝이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사랑은

미래를 향하는 결실을 짓는 행동이다만 그 끝에 닿는 것이 도화선일 뿐이라니 이 어찌 참담한가.

슬픈 마음은 뒤로 하고 냉큼 이발이나 하러 갔다. 이발하고 돌아오는 길에 간식거리를 사러 가면서 몇번이나 왕복하였다.

귀가하고 뻗어버렸다. 한바탕 늘어지게 낮잠 자고 일어나서 저녁 먹은 뒤에 만화 보다가 또 뻗었던가. 만약 내가 결혼한

유부남이었다면 아내는 나를 한심하게 여기고 자식은 가정에 관심이 없는 아버지라며 매도했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니

혼자인 부분이 차라리 다행이고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까지 이르렀다.

일요일은 본래 일찍 일어나 리눅스 마스터 2급 자격증 필기 자료를 작성하고 HSK 3급 필기할 예정이었나. 그렇지만

눈을 뜨니까 이미 백주대낮이었다. "오전 기상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제목의 글이나 쓰려다가 말았다. 그럴 체력에

조금만 더 자고 싶더라고. 점심 먹고 씻은 다음 다시 몸을 뉘였다. 잠이 또 솔솔 오더군. 또 다시 저녁까지 낮잠 잔 후

밥을 먹고 씻었더니 하루가 끝났다. 이웃이 소음으로 한바탕 난동이 있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내일은 또 출근이군.

출근해야 하는 날 꼭두새벽. 출근 준비해야 하는 시각만 되면 전기충격 맞은듯 눈과 정신이 번쩍 뜨이고 용수철처럼

침대 의자에서 튀어나온다. 그리고 회사에서는 온종일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단 한순간도 안 졸고 업무를 처리한다.

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건지 스스로도 궁금한데, 아마 평일동안 모든 체력을 쏟아부어 버리고 주말에 완전 회복을

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주말과 퇴근 후 쓸 체력을 전부 끌어다 쓴 모양이지. 주말에도 평일처럼 내가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 업무처럼 대하고 싶은데 그랬다간 자칫 과로사로 삐끗할까 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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