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일이다. 평일에는 일에 치여 집에 돌아와 잠만 자고 하고 싶은 일을 전부 주말로 미룬 주제에 막상
주말이 되면 평일동안 다 못잔 잠을 몰아서 자고 있는 꼴이라니. 아마 수십년 후 퇴직하면 회사 일 빼면
이룬 게 없다며 잔잔하게 후회하겠지. 그 막대한 젊음과 정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수많은 기회를 전부
잠의 수렁에 던져버렸다며 말이다. 하지만 주말에 쉬지 않으면 창작 활동이고 나발이고, 과로로 쓰러져
돌연사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따른다.
개똥 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있으니 지금은 회사 업무에 집중하고 내 인생은 나중에 즐기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군. 그런데 토요일 자정부터 유희왕 마스터듀얼로 새벽 3시까지도 밤을 지새웠던
녀석이 할 말인가 싶구만. 역시 게임은 만악의 근원이니까 삭제해버리고 차라리 그 시간에 공부하자고.
이렇게 한주를 돌이켜보며 스스로를 꾸준히 교정해 나가는 것도 이로운 일이겠지.
겨울이 맞나 의심이 들면서 이러다 곧 매미가 우는 소리가 들릴지도 모르겠다며 우스갯소리를 늘어놓았는데
불과 며칠만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역시나 한반도에서 살아남으려면 웬만큼 강인한 정도로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모두를 위해 축배를 들고 싶을 지경이다. 동시에 자연에 방사된
외래종은 전부 이 폭군과 다름 없는 겨울을 버티지 못하리라. 어떤 이가 외래종을 운운하며 산골 시냇가에서
악어가 나올 수 있다는 등 헛소리를 했는데 악어가 잘도 이 황당무계한 겨울을 넘길 수 있겠구나.
친구가 상경했으므로 주말에는 같이 식사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역시 잦은 외식으로 가계부가 점점 박살이
나고 있다. 이쯤되니 가계부의 중요성을 널리 전파하는 게 나의 사명이 아닌가 싶다. 친구를 자주 보니 꽤나
즐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를 염두에 두었을 때 저축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니 참으로 아이러니.
지금 쓰고 있는 주말 계획이 이미 한달 전부터 제대로 수행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주말의 끝에 나 자신을
돌이켜볼 때 자괴감만 형성할 뿐이라는 생각에 그냥 적지 않으려고 하였지만, 막상 시간이 붕 뜨게 됐을 때
무엇을 하면 좋을지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지쳐 낮잠이나 자버리는 꼴을 보니 다 지켜지지 않더라도 일단은
원대한 계획 자체를 구상해두는 게 어쨌든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주말 다 끝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회사 업무상 써야 하는 원고가 있었다는 게 지금에서야 떠올랐다. 마감일인데도 재촉이
없는 것을 보면 이미 자연스럽게 프로젝트가 종료된 거 같지만 말이다.
추가적으로 하려던 공부를 전혀 하지 못한 것도 곱씹어 볼 만한 일이지.
업무상의 이유로 또 번호를 변경하거나 아예 새로운 번호를 개설해야 할 것 같다. 주말동안 기껏 새로 작성한
계정이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잠겨버렸기 때문이다. 이것을 해제하려면 강제적으로 다른 번호를 써야 하는데
정말이지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번 회사에 가상 전화번호 사용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정식으로 요청을
해볼까.
하여튼간에 이번 주말에는 거의 열심히 기름진 음식만 먹으면서 보낸 것 같다. 그나마 일요일에는 이딴 식으로
살면 안 된다며 사두었던 닭가슴살에 김치를 반찬 삼아서 먹었으니 그나마 다행. 하지만 월요일을 맞기 전에는
마지막으로 맛있는 것을 먹어서 기운을 복돋고 싶군. KFC에서 뭔가 적당히 배달을 시켜서 먹을 예정이다.
회사 일이 겁나게 바쁘지만 한가해지면 공부할 수 있도록 미리 사진이나 찍어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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