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약이라는 단어가 가진 힘에 대해서 너무 얕보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진실이 아닌 환상을
깨뜨려 상처 입히는 불편함으로 닿을 수 있음을 알게 되어 조금 다루는 것이 조심스러워진 오늘
과연 이 화상을 통해 여러분에게 보여지는 자신과 현재의 이 글을 통해서 전달될 새로운 정보가
당신에게 빨간약이 될까 걱정이 되지만 어쨌든 쓸 것은 써야겠지. 멋지고 신사적인 나를 그리고
있었다면 퍽 유감이다.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목욕을 가지 않은지 꽤나 오래 되었다. 불과 1, 2년전까지 코로나 바이러스가 횡행하기도 하였지.
변명을 하자면 그로 인해 대부분의 목욕탕과 찜질방이 영업을 정지했었고 이것으로 인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용하는 입장으로서도 괜히 목욕탕에 잘못
갔다가 병이나 얻어 걸리는 것이 꺼려지기도 했다. 아무튼 열심히 몸을 씻기는 했지만 탕에 몸을
담그지 않은지는 상당한 시간이 되었다는 게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제 그럭저럭 병마도 잠잠해졌고 다시 영업을 재시작하는 곳도 더러 보이며 날씨도 선선해지기
시작했으니 기껏 씻어넣고 다시 땀범벅될 일도 없으니 적기라는 생각으로 찜질방을 찾아 보았다.
그러다가 서울에서 몇 안 되는 찜질방 중에서도 가장 평이 좋은 곳이 하나 눈에 띄길래 냉큼 찾아
가 보았다.
물론 혼자 가기는 조금 뻘쭘하고 심심하니까 친구 꼬셔서 같이 갔다. 괜히 혼자 있으면 주눅 드니까.
사진은 못찍었는데 입구가 굉장히 인상 깊었고 넓은 계단은 설계가 잘못 되어서 약간 착시현상까지
일으킬 수 있으니 반드시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내려와야겠더라.
가격도 매우 저렴했고 기억상으로 인당 11,000원꼴이었는데 12시간이 초과하면 1시간마다 1,000원
추가 요금이 발생하는 체계였다. 찜질에 목욕까지 함께 해서 1만원이라니 괜찮네. 목욕탕도 꽤 넓고
깔끔했다. 특히 관리가 매우 매우 잘 되어 있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내부를 관리 해주시는 분께서도
끊임없이 청소를 하시더라.
간만에 풍족하게 잘 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신은 하지 않았는데 25,000원이었던가. 11월이라면
다시 방문해서 세신까지 깔끔하게 할 의향이 있다. 오늘은 전체적인 구경을 하는 게 목적이었다.
사진으로 보이는 것보다 4배 정도 넓다. 사람이 많고 일일히 신상 보호할 수 없는 관계로 사진을 남발
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니 부디 이해해주시라. 바닥용 매트리스도 풍족했고 이곳도 역시나 마찬가지로
관리인이 꾸준하게 청소하고 사람이 사용하지 않은 듯이 보이는 매트리스 및 베개를 수거하시더라고.
잠깐 자리 비우는 사이에도 매트리스 다 걷어가셔서 2번 정도 재설치를 해야 했다. 자리 비울 때 뭔가
표식을 남겨두었어야 했나.
내부에 매점이 있었는데 독특하게도 매점이 2군데가 있었다. 한곳은 지금 보이듯이 가벼운 분식들을
판매하는 곳이었고 다른 곳은 맥주와 본격적인 치킨을 팔았다. 도착했을 땐 이미 꽤나 늦어서 영업이
끝난 모양이었다. 매점에서는 과자, 아이스크림부터 아이스티와 식혜 같은 제조 음료도 판매했고 또
떡볶이와 팥빙수 같은 음식도 판다. 개인적으로 팥빙수 먹고 싶었는데 저녁 9시가 되니 마감을 했다.
유감스러웠다. 어차피 다음에 또 와서 먹으면 되긴 해.
다만 다음에 방문할 땐 아마 잠을 자진 않을 거 같다. 잘 때 고생을 좀 했거든. 당연하지만 찜질방은
잠을 자기에 그다지 좋은 조건이 아니긴 해. 추워서 아침 7시에 눈을 뜨니까 목이 뭔가 아프고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정작 찜질방 이야기를 안 했구나. 소금방과 황토볼방을 주로 이용했었다. 70도를
넘기는 것은 들어가기 부담스러워서 피했다. 황토볼방이 60도의 언저리였고 소금방이 70도였는데
가만히 누워서 땀 빼기에는 황토볼방이 편안했었지만 황토볼방은 그, 자갈보다도 작은 돌멩이들이
그다지 편안하지 못해서 이용하기가 싫었다. 누워서는 버틸만한데 일어나서 이동할 때 고역이었다.
제발 다른 방처럼 무언가라도 깔아주었으면 좋으련만.
소금방은 재미가 없었으나 딱 온도가 황토볼방 같았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웠다. 황토볼방은 정말로
개선이 필요했다.
먹거리 이야기를 해야겠다. 목욕도 하고 찜질도 하는 등 땀도 많이 뺐으니까 식욕이 돌아서 야식을
먹었다. 떡볶이를 먹었는데 맛은 없었다. 함께 먹은 친구의 평가에 따르면 라볶이 조리법대로 만든
떡볶이 같다고 했다. 좋은 평가가 아니다. 팥빙수에 대한 기대감도 살짝 꺾여버렸다.
아침에 눈 뜨니까 상술했다시피 몸상태가 매우 나빠졌어서 몸의 냉기를 제거하기 위해 찜질했었다.
하지만 그만큼 피로가 누적되어 쉬러 온 건데 체력만 축내는 듯하여 떠날 채비를 하였다. 원래라면
조금만 더 버티다가 나가서 라멘 맛집 갈 예정이었는데 마침 찜질방 내에 식당이 딱 개점을 했기에
한 번 방문하여 제육 덮밥을 먹어보았다. 여태까지 힘들어하던 것은 어쩌면 배가 고파서 그랬던 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금세 몸상태가 나아졌지만. 그 기세가 오래 가진 않았다.
목욕탕에서 다시 씻고 추가 계산을 마치고 나왔다. 3,000원 결제 했으니 3시간을 초과한 셈.
돌아오는 길에는 마침 고기빵을 파는 곳이 있기에 방문해서 구매했다. 평상시에도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매번 운이 나빠서 살 수 없었으므로 마음에 걸렸었거든. 그런데 먹어보고 실망해버렸다.
역시 환상은 환상으로 두었을 때 아름다운 걸까. 집에서 상심을 안고 잠을 더 잤다. 아마 오후 4시
정도에 깼을 거다.
눈을 뜨니까 몸상태는 더더욱 끔찍했다. 머리 아파서 소화제 먹고 두통약도 복용했고 이대로라면
다음주의 업무에도 지장이 발생할 듯하여 속을 달래기 위해서 죽을 먹었다. 맛은 그럭저럭이었다.
원래 일요일에는 중고등학교 동창 친구와 등산하려고 했었는데 취소했다.
일요일이 되니까 몸은 상당히 나아졌다. 아침까지도 머리가 아프긴 해서 두통약을 먹고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친구가 안색이 나쁘다며 보양하고자 반계탕을 먹자고 제안했다.
양은 부족한 게 아쉬웠으나 맛은 분명 좋았다.
이후에는 친구와 엄청나게 화려한 카페에 가서 디저트와 커피 한잔씩 마시며 어떤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11월이 기대가 되는 대목이군. 상담하다 보니까 어느샌가 저녁 시간이더라고.
조금 시간이 애매해서 옷을 구매했다. 마침 그 친구가 패션에 관심이 많은 친구라 도움이 됐다.
이번에 탑텐에서 1+1 행사가 진행중이라고 하기에 바지 2벌에 셔츠 1장 집어왔다.
이후에는 카레를 먹고 헤어졌다. 돌아와서 곧바로 빨래 돌렸다. 빨래 돌리니까 또 다른 친구가 내
집에 왔기에 주말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며 이 일기를 쓰고 있다. 일상이지. 모기가
있는 건지 뭔가 몸이 근질근질하네. 아무튼 나름대로 알찬 주말을 보낸 것 같다. 하지만 내향적인
사람으로서 더 이상 외출하기에는 쏟아낼 기력이 없으므로 11월까지는 조용하게 집에서 쉴 전망.
이번달도 뜻밖에 지출이 참 많았구만.
쉬고 싶지만 월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가 있으므로 회사 업무를 해야 한다. 제길.
'■ Diary > ▶ 근무 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0808 레벨3 QA 테스터 근무 일지 6개월차 (으엥?) (0) | 2024.10.23 |
---|---|
20240807 레벨3 QA 테스터 근무 일지 6개월차 (더우니까여) (0) | 2024.10.22 |
20240806 레벨3 QA 테스터 근무 일지 6개월차 (무던) (0) | 2024.10.17 |
20240805 레벨3 QA 테스터 근무 일지 6개월차 (배신감에 치를 떨다) (0) | 2024.10.16 |
20240802 레벨3 QA 테스터 근무 일지 6개월차 (괜히 폭식하고 싶은 날) (0) | 2024.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