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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01006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by 레블리첸 2020. 10. 6.

 

 

 

오랜만에 출근하니 묘하게 설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더이상 반팔 입고 일하는 것은 다소

무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TBM을 할 때까지 덜덜 떨면서 기다렸다. 탈의실이 그래도

따뜻하긴 한데 사람이 북적거려서 들어가 있기가 싫더라고.

오늘은 무얼할까 싶었는데 나 혼자서 이번에 새로 오게 된 신규자 두 명을 데리고 휘민 기사

소속에서 지시를 받으며 일을 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오늘따라 다른 업체에서 신규자분들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그전까지 고반장님 팀에 잠시 들어가서 갑빠천을 펼치는

것을 도왔다.

돕다가 108동 지하 3층 공동에서 추석 전날 어떤 일 잘하시는 분이 시멘트를 잘못 뿌린 덕에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린 돌을 타설공분들이 깨면 물삽으로 긁어서 치우는 일을 하게 되었다.

항공 마대에 담으려고 했는데, 당장 2시간 뒤 타설이 시작되니 급하다며 일단 대충 바닥에다

던져놓으라고 하더라.

 

 

 

 

9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신규자 교육이 끝나서 신규 인원 둘이 찾아왔고 일단 같이 하던

작업을 마저 같이 수행했다. 한 명은 다양한 경험이 있는 22살이고 다른 한 명은 주식을

하루종일 붙잡고 있는 30살 형이었는데, 둘을 구면인 것 같더라. 통제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 좀 됐다.

그야 앉아서 기다리다가 이제 일하기 시작했으니 좀이 쑤시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2시간 내내 기다리면서 계속 삽질하고 있던 내가 헥헥거리며 조금만 쉬고나서

일을 하자고 하니까 그냥 무시하고 일을 하는 점에서 일단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계속 일을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일이 커졌는지 다른 청소 업체 용역분들도 달라붙어서

다같이 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사진에서 조금밖에 없었던 흙무더기가 벌써

내 키만큼 쌓였다. 신규자들은 조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일이 쉬울 거라 믿고

왔더니 만만치 않길래 야리끼리인가 싶어서 빨리 끝내고 얼른 집 가자 생각했더니 설마

정직원들과 출퇴근을 함께하는 구조일 줄은 몰랐다'며 아연실색하더라.

그래도 기사님 휘하에 일하는 게 그나마 편한 거라고 말하니 탈주할 낌새를 보이시길래

비록 오늘 좀 운이 없어서 빡센 작업을 하게 되었지만 최대한 쉬엄쉬엄 진행하겠다면서

달래주었다.

작업이 끝나갈 무렵 스리슬쩍 쉬려고 했더니 기사님이 도착해서 지하의 담수를 제거하란

명령을 주셨다. 그걸 듣고 신규자들이 '9만원을 받고 돌 청소에 양수까지 하느냐'고 많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여 일단 휴게 시간을 더 많이 제공하기로 했다. 사실 나도 한번 다른

사무소에서 일을 해보니 겨우 9만원 받고 너무 빡세게 굴린다는 말이 충분히 이해가더라.

여튼 오전에 작업 분배 받고 담당 구역을 확인해본 뒤 중식 먹었다.

오후부터는 각자 담당 구역의 담수 제거를 하게 됐는데 양동이가 없기 때문에 다 삽으로

긁어서 퍼뜨려 제거해야 하는 고역이었다. 시간이 좀 오래 걸려도 삽으로 바닥을 밀면서

돌아다니기만 하면 됐기에 그다지 어려운 일은 없었고 그게 다행이었다.

어쨌든 적당히 쉬엄쉬엄 진행하다 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고 일단 지시 받은

내용들을 다 처리했으니 기분좋게 털고 일어나 퇴근 준비....

를 했는데 무선 이어폰 한쪽이 사라져있었다.

휴게실도 가보고 탈의실도 확인해봤는데 못찾은 걸 보니 아무래도 작업 중에 잃어버린

모양이었다. 케이스에 넣지 않고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제길, 9만원을

벌고 9만원짜리 이어폰을 잃어버려서 매우 열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