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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근무 일지

20201112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에폭시3)

by 레블리첸 2020. 11. 16.

 

 

 

어제 목수일을 하고 있을 때 지난 주에 지하주차장 에폭시 작업했던 작업조장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일 출근하겠느냐는 제안을 하셔서 수락했다. 일한 횟수가 많아지면 비밀 혜택이 많아진다는 말을

들어서 사무소 통해 할까 싶었지만 수수료를 아껴보자는 생각에 그냥 받아들였다. 일단 출근길에는

어제 미납된 수수료를 마저 치뤄서 좀 찝찝했다.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발생한다.'는 점괘가 맞았군.

이거로 끝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오늘은 에폭시 작업에서 배달이라는 파트를 담당하게 됐다. 전에 배달일 담당하시던 어르신이 뭔가

구루마에서 라인기로 규사 부을 때 양동이를 밀어서 넘어뜨리면 간단하게 부을 수 있는데 계속해서

무겁게 들더니만 결국 탈주해버린 모양이라 내가 대신 하게 된 것이다. 그러려니하고 수행했다.

원동기와 2종 자동 운전면허를 도합 12번 시험 본지라 제대로 구루마를 몰 수 있을지 걱정이 됐지만

일단은 저번과 마찬가지로 직원분이 에폭시 도포하고 나면 롤러질을 해줬다. 구역이 끝나는 지점을

나타내기 위해 테이핑을 하고 구루마에 잔뜩 규사를 올려 라인기로 가져가 부어줬다. 다행스럽게도

사고는 없었다.

원래는 배달이 2명이라 번갈아가면서 일을 해야 했지만 좀 비효율적인 것 같아 그냥 내가 라인기에

붙어서 배달 온 규사만 받아 교체하는 식으로 일을 했다. 구루마에 올린 양동이를 옆으로 제껴 넘어

뜨리는 일까진 괜찮았는데 고르게 펴줄 때 허리가 좀 아팠다. 역할 분배 제대로 하자고 해도 직원은

'원래 바달이 이런 거 하는 거다'라고 고집을 부린다. 아니 그럼 상식적으로 보조 운전자는 멍때리고

빙 돌아와서 굳이 규사를 퍼다 바닥에 뿌려주는 게 맞다고? 유감스럽지만 사고가 굳어있고 효율을

찾지 못하면 인생은 발전하기가 어려운 거다.

오늘은 점심에 쉬더라. 대신 밥 먹고 쉬는 동안 장비에 묻은 규사가 굳으면 안 되니 청소를 해야만

했다. 그냥 안 쉬고 쭉 하는 게 나았을까 싶기도 했다. 어쨌든 점심으로 고급진 한식 뷔페에서 먹고

12시 50분까ㅣ 꿀잠잤다. 오후에도 이어서 시작. 조장님께 자꾸 손목에 상처 생긴다고 툴툴댔더니

팔토시를 주셨다. 괜찮구만.

역시 팔근육과 허리가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머리를 반 비우면 되는 일이라 시간은 빨리 갔다.

퇴근은 16시에 시켜주시더라. 청소 작업까지 포함해서 16시에 끝났길래 위층 올라가서 또 청소를

시키나 싶었는데 다행이었다.

 

 

 

 

 

 

 

 

일 끝나고 돌아가는 중에 모자를 두고 온 게 떠올라서 돌아가는 중에 공사장 인부 한 분께서 혼자

끙끙대며 일을 하고 있길래 거들어드리고 모자를 챙겨 돌아왔는데 손이 끈적거려서 확인을 하니

잉크 같은 것이 묻어있었다. 손이 엉망이 되서 좀 복잡한 심경이 되어 친구들에게 '선행은 바보가

하는 일인 걸까' 토로했다.

 

 

 

집에 도착하니 마침 이웃집 분이 이사를 가려고 짐을 내리기 시작하시는 것을 보았다. 지쳤지만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치기 아쉬운 마음에 이삿짐 내리고 싣는 것을 도와드렸다. 전부 끝나니깐

20시가 살짝 지나서 많이 피곤했다. 답례로 순대국밥이랑 맥주 한 명 얻어먹고 기분좋게 인사를

나누고 돌아와서 발을 쭉 뻗고 잤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지.

부디 행복하게 여생을 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