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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동거가 왜 그렇게 문제인지 모르겠구먼

by 레블리첸 2021. 2. 7.

 

 

 

 

현재 애인이 과거에 연인과 동거를 했었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하거나 배신감을 느끼는 경우를

숱하게 봤다. 당신이 나만 바라보고 오직 나만이 당신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독점욕 탓일 수 있고

어쩌면 누구에게라도 쉽게 마음을 열어버리는 사람이 아닌지 의심이 들거나 또는 전애인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어서 함께 연애를 해가며 끊임없이 과거의 잔상과 다투어야만 하는 것은 아닌지가

불안해지니까 차라리 모르기를 바라고 아예 그런 사실이 없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동거를 했다면 평범한 연인이 아니라 거의 부부 수준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고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고. 부모에게 비밀로 하고 애인과 함께

생활했었다는 말을 전해들으면 교제하고 있는 이 사람이 생각이 정말로 짧았다는 사실에 환멸을

느낄 수도 있고 양측의 부모님에게 공인을 받은 사이였다고 한다면 과거에 수차례씩 혼담까지도

오갔을 가능성이 농후해지는 관계로 앞으로도 골치가 아파질 수 있다. 그 후엔 깨진 이유가 더욱

신경이 쓰일 것이다. 지금 이토록 사랑스러운 사람이 당신의 가치를 나 말고도 알아본 다른 자가

함께 생활을 한 끝에 결국 이별을 고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쩌면 나조차 모르는 이 사람의 과거나 비밀을 나는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이미 꿰뚫고 있다는

사실이 계속 찝찝하게 마음 한켠에 남는다. 잠버릇이 나쁘다거나 낭비벽이 있는 등의 꽤 귀엽게

봐줄 수 있는 흠보다 심각한 인간적인 결함을 알고 결국 관계에 파국을 맞았는데 어쩌면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불안. 혹시라도 낙태를 했었던 것은 아닐런지 걱정이 들터이다.

무엇이든 동거했다는 과거를 듣기 전까지는 희박하기만 할뿐인 모든 나쁜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그밖에도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각종 불안 및 의심을 가속한다는 점 때문에 내 애인이

동거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참으로 쓸데없는 생각이고 불안이다. 그런 거 걱정할 시간에 차라리 누가 봐도 건전하고 보람찬

일들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게 나을 거라고 본다. 결국 만사가 마음 먹기 달린 일인데 난 되려

애인과 동거했다는 걸 듣고 질투에 눈 멀어 사리분별이 안 되는 당신이 더 딱해보일까 걱정된다.

사람은 시간만이 아닌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깨우치는 생물이다. 당신 애인은 과거의 동거 경험

및 연애를 통해 이전보다 더 성숙해졌고 인간적으로 성장한 상태이다. 만약에 그러한 경험 없는

상태에서 당신과 만났다면 이번 연애에서 깨질 대상은 당신이었겠지.

일부러 쿨하게 없었던 일로 덮어두려고 하지 말고 애인과 결혼까지 보고 있다면 그전에 동거를

큰 난관없이 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데다 동거중이라면 현재의 두 사람이 편하게 어울리고

적응할 수 있는 데에 막대한 영향을 준 과거사이니까 오히려 감사하게 받아들이자. 항간에서는

'애인의 현재가 다른 사람의 작품'이라면서 조소를 짓는 모습을 보았는데 다른 사람이 공들여서

만든 작품을 큰 노력 기울일 일 없이도 낼름 맛볼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도리어 기분 째지는 일

아니겠는가.

결혼을 하기 전에 현재 만나고 있는 이 사람의 생활 습관과 사회에서는 결코 보여주지 않았었던

매우 사적인 모습 등을 확인할 때 아주 좋은 수단이므로 동거는 안전한 결혼 생활을 위해서라도

꼭 해볼 필요가 있다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나조차도 애인이 동거했던 것을 알면 찝찝한 구석을

완전히 떨쳐낼 수 없겠지만 그 시선과 받아들이는 자세를 고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애니 보러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