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삽질, 그제는 시스템 비계. 너무나 다이나믹한 하루의 연속이라 오늘은 쉴까 했지만
역시나 가계부를 보니까 일을 해야 할 것 같긴 하더라고. 이사하고 살림 장만하느라 비용이
너무 많이 깨져서 속이 좀 쓰렸다.
원래 잡아뒀던 일정이 우천 때문에 취소가 되어 어쩔 수 없이 쉬게 됐나 싶었는데 사무소가
새로운 일자리를 물어다 주었다. 까짓 거 한번 해보죠. 9시 30분부터 18시까지 14만원이라.
늦지막하게 일단 아침 식사를 하고 화장실도 한판 때리고 천천히 출발.
오늘 할 일은 단 두 명이서 폐점하는 잡화점 철거를 돕는 일이었다. 같이 일하시는 분 표정
보니까 어쩐지 화가 가득했는데, 훗날 물어보니 일 규모가 잡부 둘이 할 일이 아니라, 전문
철거 업체를 써야 할 정도이건만 탈주각을 보고 있었다더라.
솔직히 일의 양이 방대하긴 했다. 잡화점이라서 향수까지 취급하고 있었는지 유리병 같은
것들도 리어카 한대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았고 잡다한 플라스틱과 고철들이 너무 많았다.
게다가 사장은 조금이라도 더 철거 비용을 아끼고 싶은 것인지 쓰레기 봉투도 없다더라고.
이걸 그대로 그냥 검은 비닐 봉투에 담아 버리자니 후환도 두려웠다. 책임은 누가 지고?
이렇게는 일 못한다고 아우성을 치니 결국 봉투를 구해오긴 했다만 그래도 영 불안하기는
했다. 가까운 고물상은 까탈스러워서 플라스틱도 잘 안 받아줬고 나랑 용역분이 초짜라는
것을 눈치채더니 그 후로는 돈도 제대로 안 쳐주는 것 같더군. 그러려니 했다.
잡화점이라서 철제 선반이 많았는데 일단 전부 하나 하나 분해하고 목제 가구들도 정해진
위치로 가져다 두었다. 일이 정말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안 다친 점이라고 해야 겠구만.
듣기로는 오늘이 2일차라는데 어제 왔다 간 팀이 개판을 친 건지 바닥에 온갖 잡 물건들이
즐비해 있어서 치우기가 더 힘들었다. 차라리 깔끔한 상태였으면 바닥에 어지르기 이전에
우선 정리부터 했으련만.
일단 고철들을 전부 빼내고, 고물상에 넘겨 받은 돈을 우리가 가지고 그 돈으로 밥까지 다
먹으라더라. 그 말을 듣더니 파트너의 눈빛이 부드러워졌고 다음으로는 돈이 되는 종이를
버리자고 제안했다. 프로세스를 따졌을 때 종이는 가급적이면 마지막에 가는 게 나으련만.
아무튼 따랐다.
크게 보았을 때 고철-종이-플라스틱-유리-일반 쓰레기 순으로 정리했다. 일반 쓰레기들을
정리할 땐 차라리 속이 다 시원했다. 바닥 전체를 메꾸고 있는 쓰레기들을 삽으로 퍼낸 뒤
일반 쓰레기용 봉투에 담았다. 대충 70짜리 봉투 12개 정도 나왔을까.
그 밖에도 숨겨진 휴게 공간도 말끔하게 치워야 했는데 이 방이 좀 엿같았다. 더러웠다.
안에 잡동사니도 많았고. 쥐가 몰래 숨어 살았다고 들었는데, 쥐똥 냄새가 진동을 했다.
어쨌든 다 치웠다. 일은 17시에 딱 끝났고 사장이 가도 좋다고 하여 퇴근했다.
그러고 보니 막판에 유리를 동네 빌라 분리수거장에다 버리라고 지시 받아서 따르려고
했는데 마침 그곳을 관리하는 주민분과 맞닥뜨려서 한소리를 들을 참이었다. 파트너가
성격이 좀 불 같은지라 둘 사이에 스파크가 튈 뻔했는데 다행히 내가 둘 사이에 끼어서
잘 중재했고 관리인은 '그럼 어쩔 수 없었네요', 파트너는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라는
분위기를 이끌어냈으니 다행이었다.
파트너는 중간에 식사를 하면서 내가 대화하는 톤과 목소리가 영업이나 상황정리에서
유용하고 특히나 상대방의 협조를 유도하는 데에 탁월하니 훗날 자기가 인테리어쪽의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 있는데 함께 해볼 의향이 있는지도 제안하시더군.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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