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조졌다. 그것이 내가 시험이 끝난 후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조져졌다. 만만하게만 본
JLPT N1 시험은 시험 개시 후 문제를 맞닥뜨린 순간 악몽으로 바뀌어버렸다.
공부가 확실히 부족했다. 변명을 하자면 공부가 가능한 조건이 아니었다. 원래는 시험 취소를
하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못했다. 느긋하게 회사 다니며 여가 시간에 일어 공부나 하려 했는데
신이 보기에 인생이 순탄해서 지루하셨는지 입사 전날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를 당했다.
입사가 취소됐으니까 공부할 시간이 늘어난 셈치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척추 골절이라서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에만 집중할 수도 없었다. 시험 취소하려고 했는데 신의 장난이 좀 선을
넘어서 딱 사고 당하고 입원한 날까지가 마감이더군. 울며 겨자 먹기로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병실에서 공부하면 되지 않느냐 생각하실 수 있는데 상시 기본 삼시 세끼 병원식을 먹은 후에
진통제와 근육이완제를 복용한 상태고 서거나 눕는 선택지밖에 없어 그마저도 어려웠다.
시험까지 2주 정도 남은 시점에서야 비로소 책을 처음 펼쳐본 건 안 자랑. 엑셀에 단어 정리를
시작했다. 시간 참 후딱 가더군. 시험 당일 오전 11시쯤 일어나 출발해 늘 그렇듯 시험장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와서 근처 카페에 들러 카페모카 한잔 마시며 공부하다가 입장 시간에
맞춰서 초콜릿 하나랑 커피 한잔 사서 들어갔다. 이후에 화장실 한판 때리고.
JLP N3부터 차근차근 N1까지 응시해본 입장에서 비교를 하자면 사실상 N2랑 크게 차이가
느껴지진 않았다. 외워야할 한자가 비대하긴 하지만 그래봤자 한자 읽는 법은 결국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JLPT N1용 한자가 정리된 책을 내 나름대로 갈무리했지만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을 보면 역시 이런 책은 하등 쓸모가 없는 것 같다.
JLPT N3의 단어는 초등학교 한자 시험 같고 N2의 단어는 중학교 수준이었다면 N1 정도가
되니까 한자 2급 정도 시험 느낌이었다. 다만 독해 부분은 N2 레벨에서 마치 중학교 수준의
국어 시험 느낌이었다면 N1이 되니까 확실히 고등학교 수능 모의고사 언어 영역 느낌이 좀
나긴 했다. 참고로 난 학창 시절 언어 영역은 항상 5, 6등급을 유지했다. 요약하면 조졌다는
의미다.
한자 읽는 건 한자 독음에 익숙해져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한 게 안타까웠다. 아직도 모르는
의성어가 한가득이라 까다로웠다. 한자 1급이라며 자신 있게 덤볐는데 사실 69문제 중에서
한자 맞추는 문제는 비중이 적고 대략 40번 문제부터 69분 문제까지는 긴 지문을 읽어야만
했는데 평소 일어로 구성된 책은 읽지 않아 독해력이 떨어지고, 글자가 익숙치 않아 피로가
금새 누적되어 지쳤던 것 같다.
JLPT는 N3부터 N2, N1까지 이제껏 3번 응시했는데 이번에는 반드시 가채점을 하리라 마음 먹고
수험표에 답안을 적으며 문제를 풀고 있었다만, 도중에 부정 행위로 퇴장 당할 뻔했다. 알고 보니
명실상부한 부정 행위였더군. 그럼 도대체 가채점을 어떻게 하라는 거냐. 지난 번 토목기사 시험
응시했던 기억나서 시험지를 가지고 가게 해주나 싶었는데 그마저도 아니었더라. 가채점 진짜로
어찌 하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시험 결과 발표일이 명시되어 있지도 않고 발표텀은 무려 1달이 넘는다는 게 참으로
믿기지 않는다. 국내 자격증 시험은 빠르면 당일 결과를 알려주는 것도 있는데, 전통을 고수하는
일본의 시험이기 때문인지 시험 시스템이 199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건가 싶더라.
청해도 끝났는데 역시 한자를 많이 알아서 크게 도움을 받는 건 정확히 N2 레벨까지고 그 이상은
애니메이션이나 일어 원어로 된 소설을 많이 보는 게 더 효과적인 공부 방법인 것 같았다. 어차피
한자 훈음이 아닌 독음을 더 잘 맞추는 게 점수를 잘 받는 지름길이기도 하고. 2021년 JLPT 시험
결과 발표는 대략 2022년 1월말에 공개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 결과를 보고 넷플릭스 구독해서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학습 목적으로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결론
시험 조져서 기분 더러우므로 아무에게나 시비걸고 싶어서 환장한 상태이니 가급적 건들지 마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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