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Diary/▶ 근무 일지

20220410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시너와 함께)

by 레블리첸 2022. 4. 16.

 

 

 

 

 

 

일요일에는 겨우 일을 잡아서 출발했다. 페인트 얼룩을 지우는 작업이라고 한다. 왠지 빡센 느낌이 낭낭하고

거리도 상당해서 원래라면 기피했겠지만 사무소의 신뢰를 되찾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출근을 했다.

어제는 이 일 처음 해본다며 뜬금없이 다른 작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초장부터 뭔가 재미있군.

 

 

 

 

 

 

 

시너(Thinner)는 세척할 때나 도장을 지워낼 때 사용하는 액체이다. 유독성이고 향이 매우 독하다. 이 액체를

마대에 묻혀서 지하주차장 바닥의 하얀 얼룩을 지우는 일을 하게 되었다. 일반 방역 마스크를 쓰고 일하니까

쓸모는 없는데 귀가 너무 아파서 그냥 벗고 일하기로 하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느낌이지만 방진 마스크를

구매했다.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은근히 마대를 꾹꾹 눌러 지워야 했어서 힘이 많이 들어가더라. 그나저나 발톱에

멍이 들길래 안전화가 문제인가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이전 타일 곰방할 때 안전화의 좌우를 반대로 신은

것을 알게 됐다.

 

 

 

 

 

 

팀원들이 좋았다. 작업 반장님도 나쁘지 않다. 휴게 시간이 적었지만 요렁껏 쉬게 해두더군. 열심히 마대질

하다 보니 왼손 아귀에 물집이 생기고 터져 살갗이 벗겨졌다. 굉장히 따갑더라. 빨리 끝낼테니 빨리 하자며

격려를 해주시던데 은근슬쩍 작업 일정을 물어보니, 이번 년도의 하반기까지라는 것을 듣고 미리 포기했다.

그렇게 일정이 길고 일요일까지 사람을 불러다가 쓸 정도인데 빨리 끝내줄 리가 없지.

 

 

 

 

 

 

 

 

바닥을 열심히 문질렀지만 결과는 미흡했던 모양이다. 다시 처음 구역으로 되돌아가 닦기를 벌써 수차례.

팀원들은 이제 완전히 지쳤다. 팔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하고 나 역시 더이상 체력적으로 무리였다. 반장도

작업 방식이 애초부터 글러먹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망연자실한 모양인듯하다. 초입 구역에 안전모를

가지러 돌아간 김에 바닥 상태를 살폈는데 역시나 안 한 것과 다름 없는 상태다.

 

 

 

 

 

 

 

근무는 16시 40분에 끝났다. 그래도 20분 정도는 빨리 끝내주셨네. 하지만 탈의실을 못찾아 혼자 10분 정도

더 헤맸다. 킹받네. 보수는 나쁘지 않았다만 누적된 피로도만 보면 15만원 어치는 일한 것 같아 찝찝한 기분.

내일은 출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