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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일단 결혼부터 해. 연애는 그 다음에 하고

by 레블리첸 2023. 4. 1.

 

 

 

 

 

 

사진은 다른 친구랑 카페 가서 먹을 때 찍은 건데 이대로 지워버리자니 아까워서 그냥 올린다. 얼마 전에 친구의 고민 상담을 들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인간 관계 그 가운데에 끼어있는데 갈피를 못잡고 있는 듯 보이나 부외자로서는 별로 어려운 내용이 아니었기에

 

나름대로 시원하게 답을 주었다. 하지만 그저 말장난으로 받아쳤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라 대화 주제의 생명은 그후로 끊어져 버렸다.

 

친구의 고민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얼추 비슷했다. 친구는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을 배신할지 모른다는 가상에 떨고 있었다. 그런

 

미래 때문에 모든 관계에 있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오로지 거절만을 표시하고 있을 뿐으로 보였다. 

 

 

인터넷이 모두에게 열려 있으니 다양한 인간 관계의 실패 사유와 모든 인간의 악의가 가려지거나 순화되지 않고 모두에게 노출된다. 

 

특히 남녀 관계. 그래서 친구는 너무 많은 부정적인 이야기를 접했고 거기에 사로잡혀 상대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된 것 같았다. 특히

 

여성이고, 더군다나 정신적으로 취약한 여성이고 인터넷에 어느 정도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해 시도때도 없이 접근하는

 

부지기수의 온라인 남성들 때문에 인간 불신과 인간 혐오가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뿌리를 내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남자에게 있어 정신적으로 취약한 여자를 취하기란 무인 점포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 사 먹고 나오기보다도

 

간단한 일이다. 정신적으로 무장이 되어 있지 않은 여자는 의존적이고 쉽게 몸과 마음을 허락한다. 자존감과 실행력은 낮아 상대방이

 

실망스러운 언행을 보여도 반박하지를 못한다. 세상은 넓으니까 개중에는 이렇게 정신박약 상태의 여성만을 노려서 벗겨먹는 개만도

 

못한 말종들이 있고 그런 사례가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 퍼지니까 당연히 인간 불신에 빠지는 것도 당연한 흐름이지. 

 

 

 

 

 

 

 

 

 

 

자신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호의를 전하고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수십 수백명의 남자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친구에게

 

딱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고민을 직접적으로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이 나라는 점에서도 안타까웠다. 그야 당연히 거절만 늘어놓아도

 

충분하고 계산적으로 행동해서 물질적인 도움만을 낼름 받아먹기만 해도 괜찮을 거다. 그렇지만 사람에게는 양심이라는 것이 있어서

 

받기만 하다 보면 언젠가 마음이 무뎌지게 되고 스스로를 결국 자괴감의 수렁에 빠뜨리게 되거든. 

 

 

나는 '조건을 따져 보았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을 한명 택해서 연인으로 삼고 공표하라'고 말했다. 사내 새끼들은 치졸한 면모가

 

있어서 인터넷상에서 누가 봐도 정신적으로 약해보이는 여성이 누가 봐도 미혼이거나, 현재 짝이 없는 상태인 것을 보이면 발정 나서

 

달려들어 마운팅을 시도한다. 마운팅이란 대부분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형태로 드러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똑같이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의 여성이더라도 반려 또는 연인이 있는 게 보이면 정신병이 든 남자를 대하듯 냉랭해진다. 아무리 자신이 호감을 표해도

 

돌아올 것이 없음을 이미 짐작하게 때문이다. 그렇게 하면 수십 수백 건의 호감 표시를 차단할 수 있다. 

 

 

이번에는 '그럼 그 남자에게 버림 받으면 어떡하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버림 받았을 때 생기는 정신적 충격과 상처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버릴 수 없게 만들고 버림 받더라도 금전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안전 장치를 충분히 구축해두면 된다. 

 

여기에서 내가 내려준 답은 계약이었다. 

 

 

 

 

 

 

 

 

 

일단 결혼부터 박아버리는 거다. 

 

 

 

상대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위한다면 거리낌 없이 혼인 신고서에 자신의 성명을 올리는 것을 허락할 것이다. 혼인 신고 자체는 비용도

 

들지 않고 절차 자체도 어렵지 않다. 그저 각자 신분증 챙겨 주민센터에 찾아가 작성하고 제출하면 끝이다. 놀랍게도 상대방이 부재하더라도

 

한명이 양측의 신분증을 제출하면 그만이다. 그럼 이제 상대와 자신은 정부가 공인하는 혼인이라는 이름의 계약으로 묶이게 된다. 절대 나를

 

버릴 수 없다. 형식적인 주례처럼 검은 머리가 흰 머리가 될 때까지 둘을 갈라놓을 수 없다. 

 

 

갈라지려면 적법한 이혼 절차를 진행해야 하며 사유에 따라서 상대방은 당신에게 생활비를 비롯한 위자료를 송금해야만 한다. 결혼 계약 후

 

당신은 절대적인 강자로서 군림하게 된다. 만약 둘 사이에 아이가 생겨도 절대 사고가 아니다. 이미 혼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결혼식은 훗날

 

경제적 여유가 생겼을 때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안 해도 그만이다. 원래 결혼식이나 신혼 여행 같은 건 절차상 필요 없는 허례허식이니까. 

 

법적으로 혼인 신고를 한 한쌍의 부부가 3년 이내에 결혼식을 거행하지 않을 경우 혼인 신고를 파기한다는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대답을 들은 친구는 기겁한듯 보였다. 어떻게 결혼 상대를 그렇게 선택할 수 있냐고.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이 기혼자거나

 

결혼 경력이 있는 돌싱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요즘같은 시대에 그런 걸 걱정하다니. 그야 당연히 여자는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남자도 그렇지만 여자의 경우 더더욱 그런 듯하다. 그래서 동거했다는 사실을 악착같이 숨기고, 연애 횟수는 최대한 줄여서 말한다. 

 

그런데 까짓거 뭐 어떠냐.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든 쉽게 마음과 다리를 여는 시대인데. 결혼 까짓거 서너번 정도 할 수도 있지. 

 

 

결혼을 2번 정도 하고서 '당신을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어요'라고 하는 사람에게 결혼 경력과 혼인 신고서를 함께 제시해봐라. 그리고 그의

 

반응을 살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조하겠다는 의사가 있다면 기꺼이 혼인하라. 그러면 되는 거 아니겠냐. 일단 결혼부터 하고 연애는

 

그 다음에 하면 되는 거잖아. 부부가 사이좋게. 

 

 

 

나는 진심으로 조언한 거였는데 말장난으로 받아들였다니 오히려 서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