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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하기로 했으면 하라고

by 레블리첸 2023. 4. 4.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가.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설정하고 꾸준히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어떤 사람을 싫어하는가. 무언가

목표를 하나 설정해놓은 후 그럴듯한 핑계나 변명거리를 만들 성실함조차 내비치지 않은 채 무작정 방기하는 사람이 싫다.

나도 당연히 무언가 해야겠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늘여놓고 하지 않은 일들이 산더미다. 그림을 그리겠다거나 영상 편집을

하겠다거나. 소설을 쓰겠다던가. 스스로를 꼬집어 보니 제법 그럴싸한 변명거리가 줄줄 튀어나왔다. 얼마전까진 감기였고

그 지난 주까지는 피부과 시술 후유증을 앓았고 그 지난 주에는 일이 있어서 지방에 다녀왔고. 그 저번 주에는 프로젝트가

갑자기 바빴고 그 저번 주에는 자격증 시험을 치렀다.

반면에 넌 어땠는데. 특별히 일이 바빴냐 물어보니 그렇지도 않았다고 한다. 가족 행사라도 있었냐 물어보니까 그런 것도

없었다고 한다. 그럼 종일 집에서 무얼 했느냐 물으니 주말에 낮잠 자고 게임하다가 밥을 먹고 영상을 보다가 잠들었다고.

거참 행복한 인생이구나. 평일에는 일 끝나면 더 몸을 움직일 기력이 없어서 그냥 잠들 때까지 누워서 뒹굴거린다고 한다.

거참 잘났구나. 아픈 것도 아니고 다른 일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마 업무의 강도는 너나 나나 비슷할텐데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로구나. 다음 주부터는 무엇을 할 거야. 다음 달에는 절대로 할 거야. 그런 말을 늘여놓다 보니 어느새 1년,

2년이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 버렸다. 거의 반년만에 만나서 반년 전에 이루겠다고 한 것은 진척이 어떻냐 물어보니 그새

다짐이 1년 후로 밀려났더라.

특히 방송 욕심이 많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하나같이 애매모호한 계획을 가지고 있고 나를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어했다. 너가 영상 편집할 수 있으니까 내가 방송하면 그것을 클립으로 따서 영상 편집해줘. 그 대신 무보수로. 나중에

잘되면 사례할테니까. 이 대화집을 지겹게도 들어왔다. 열정 페이를 요구하는 이유도 천편일률적이다. 당장 돈이 없어서.

당장 돈이 안 되서. 그래, 해줄게. 프로필 그림도 그려줬다. 영상을 게시할 플랫폼의 채널도 꾸며줬다. 그러면 뭐해. 결국

언제 방송해야지 언제 방송해야지 말만 하더니 결국 고꾸라졌다. 심지어 그중 몇몇은 내게 방송 장비를 사달라고 하더군.

그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정나미가 떨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까? 종국에 나는 당신들을 버렸지만

결코 나 자신이 매정하다거나 정이 없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당신네들이 내 시간을 할애받을 자격이 없을 뿐.

 

 

 

 

 

 

 

 

 

하기로 마음 먹기는 쉬운 일이다. 하기로 마음 먹은 일을 하기 위해 첫걸음을 떼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고 그 두 번째,

세번째 걸음을 떼는 것까지는 관성 덕분에 상대적으로 쉬우나 잠깐 숨 돌렸다가 다시 걷는 게 아마 두 번째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때문에 한번 시작했으면 절대 멈춰서는 안 돼. 당신이 잠깐 멈추었을 때 그 다음 발을 떼기까지 수 년에

가까운 시간을 소모로 한다면 차라리 지쳐 쓰러져 포기할지언정 쉬지 말라고. 계획한대로 못움직이겠다면 채찍질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두던가.

왜 마음 먹은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는 걸까 내게 한탄하지 마라. 그 한탄에 대한 답을 주면 결국 세모눈이 되어서는

잘난듯이 말하는 너는 뭐가 잘났냐고 따질 거잖아. 까놓고 말하면 난 잘났다. 제약사항 때문에 꼼짝도 못한 경우를

제외하면 보통 마음 먹은 것들을 전부 해냈다. 결과를 달성해내지는 못했더라도 스스로가 만족할 만큼 걸어나갔다.

당신은 마음 먹은 그 순간으로부터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지만 말야. 이미 올해 들어 자격증을 하나

땄다. 다른 자격증 2개를 딸 준비도 거진 마쳐두었다. 그런 와중에 회사에서 업무 실적은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지금 댁이 읽고 있는 이 글조차 블로그의 양분이니 곧 나의 경력이 된다. 와중에 팬픽도 한편 써서 투고했다. 그럼

충분히 잘난 거 아닌가? 이런 와중에서도 분명한 차이점 하나를 더 두자면, 당신은 단 1보도 전진하지 않은 채로

쉬고 있지만 나는 이미 몇발자국 앞으로 나아간 상태에서도 전혀 쉬지 않고 있다는 거.

 

 

 

 

 

 

 

 

 

 

 

오히려 의문이다. 목표를 이미 설정했고 계획도 엉망진창에 얼렁뚱땅이지만 추상적인 방향이나마 짜두었고 수단도 확보했지.

남아있는 것은 오로지 의지 하나뿐인데 겨우 그거 하나 세우는 게 어렵단 말이냐. 퇴근하면 잠들기까지 무려 6시간 이상이나

남아있는 사람이 왜 그 6시간을 알차게 활용하지 못하고 침대 위에 엎어져 있는 채로 보낸단 말이냐? 그런 주제에 업무 중에

일이 없어 심심하다며 칭얼대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슨 흐름이냐.

목표는 부풀려 말하자면 꿈이다. 회사 때려친 다음 또는 회사 업무와 병행해서 방송인이 되고 싶다는 것은 꿈이다. 가능성이

농후한 꿈이다. 당장 손에 잡히는 꿈이니 정확히 말하면 꿈이 아니다. 목표다. 지금 당신이 돌연 영화 배우가 되고 싶다 하면

그건 꿈이니 얼른 깨라고 설득하겠지만 방송인이 되고 싶다 하면 꿈이 아니니까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다. 널 도와줄 방법이

있고 도와줄 사람도 있고 도와줄 재력도 있다. 그저 한가지 매우 중요한 하나가 결여되어 있는 거.

결국 당신의 의지 하나가 없어서 그 모든 것들이 수포로 되돌아가고 마는 거다.

 

 

 

 

 

 

 

 

 

 

 

때리고 할퀴어서라도 자신을 끌고 가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10명 중에 1, 2명꼴로 있었던가. 곱게 말하면 쳐듣지를 않고

매우 치면 왜 세게 때리냐며 아우성이니 매를 들어도 지랄 안 들어도 지랄이다. 길동무 찾기 참 힘들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