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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자신이 잘 살고 있는지 돌아보는 법

by 레블리첸 2023. 3. 12.

 

 

 

 

세줄 요약

  1. 자신이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으면 내 기준 잘 살고 있는 사람을 모범으로 삼고 따라해라.
  2. 내 기준에서 정답은 꾸준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3. 물리적인 거리 안에 자기 기준 본받을 사람이 있다면 잘 살고 있는 거다. 

 

 

 

 

 

10대, 20대의 친구들은 자신의 미래가 불안했다. 정규 수업을 마치고 사교육을 전전하던 우리는 꾸준히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까

 

걱정했고, 막 미성년자를 벗어난 시점에서는 저마다의 꼬리표를 보며 좋은 직장에 다닐 수 있을까 걱정하며 그 고민을 잊을 오락에

 

전념했었다. 이제 30대에 접어드는 친구들은 자신의 현재가 불안하다. 스스로가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인지에 확신이 없는 모양이다.

 

세상에 정답이 어디 있나. 타인의 주관적인 시선에서 현재의 자신이 오답을 걷고 있더라도 스스로 현재의 상태에 불만이 없으면 곧

 

정답이지. 그렇지만 지금 상태의 기반이 불안정하게 느낀다면 남의 답안지를 보고 모방해도 좋다. 인생은 시험이 아니니까.

 

 

살아오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났다. 당신도 그러했듯이. 그들의 입을 통해 수없이 많은 인생을 간접 경험했고 그들의 실체

 

또한 가늠할 수 있었다. 개중에는 필연적으로 반면교사 삼을 사람도 있었고 모범으로 삼을 수 있는 사람도 있었다. 절망 속에 빠져

 

그 안에서 허우적대는 사람. 그 안에서도 행복을 찾는 사람. 빠져나오려고 노력하는 사람. 번듯하게 사는 사람. 반듯하게 걸어가는

 

사람. 다양한 인생 조언도 얻었다. 사업은 하지 말아라. 사업을 해라. 대학을 졸업해라. 대학 졸업하지 말아라. 여자 많이 만나둬라.

 

여자를 만나지 말아라. 가족은 소중히 해라. 가족은 믿지 마라. 이 모든 조언은 결국 내 취사 선택에 달린 일. 선택지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중 나는 내 입맛에 맞는 조언과 모범을 선택했고 나름의 답을 내렸다.

 

 

무엇이 되었든지 꾸준한 사람이 나의 모범이고 성실함을 견지하는 것을 정답으로 정했다. 하지만 답을 내린 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정답을 알고 있어도 실천하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아무리 바쁜 일과 속에서도 꾸준히 자기개발 및 자기

 

관리해야 한다고. 하지만 좀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냐면 바로 본받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앞에서

 

달려줘야 비로소 사람은 달릴 마음이 든다. 대중이 달리기 시작하면 달릴 의지가 없더라도 본능적으로 달리게 된다. 외부의 동력

 

없이도 뛸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있겠지만 그게 내가 아니듯 당신도 아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본받을 사람이 필요한 거다.

 

 

존경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으면 역사적인 인물들을 대답한다. 본받을 사람이 있느냐 물으면 대부분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누군가의 성함을 댄다. 존경이라면 너무 멀고 추상적인 대상이면서 삶의 그림이니까 괜찮으나 본받을 만한 사람은 구체적으로는

 

도보로 1시간 이내의 거리에 사는 사람이거나 일주일에 최소 1번은 직접 대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누구냐고 질문했을 때 자신만이 대상을 알고 대상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세계적 대부호나 모

 

방송인의 이름을 대면 안 되는 듯이 본받을 사람의 범주는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으며 꾸준히 만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변을 돌아보았을 때 본받을 만한 사람이 없다면 현재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더이상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본받는다는 건 그 사람의 행적을 충분히 따라할 수 있어야 함을 뜻한다. 타인의 특출난 부분을 알고 있을 때 그게 재능의 영역 중

 

하나에 속하여 죽었다 깨어나도 따라할 수 없을 거 같다면 본받아서는 안 된다. 예컨대 인물 좋은 게 장점인 경우 본받을 수 없단

 

뜻이다.

 

 

 

 

 

 

 

 

 

 

 

요즘 내가 본받을 인물로 선정한 대상은 고시원 원장님이다. 매일 꾸준히 일기를 쓰고 자격증을 공부하는 나를 보며 지인들은

대단하다고 말한다.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이 되면 방 안의 가구를 전부 옮기면서 청소하는 나를 본 이웃도 대단하다고 말한다.

그러한 내가 보았을 때도 해피하우스 영등포점 고시원 원장님은 광기의 영역에 가까운 수준으로 성실함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4층짜리 고시원의 모든 공용 화장실과 복도, 계단을 매일 청소하고 매일 분리수거하신다. 저녁에 퇴근해서 밥 먹고 씻고 내일

공부할 자료를 정리하고 있으면 복도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고시원 원장님이 청소를 하며 발생하는 소음이다. 과연 저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 편하게 누워있을 수 있는 한량이 있을까? 자신의 나태해진 마음을 고치고 싶다면 새벽에 시장으로 나가보라는

조언을 어디선가 접했었겠지. 나는 매일 저녁마다 나태해진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심지어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창고방의 화장실까지 청소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바로 얼마 전 빨래하기 위해 세탁실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의 무서운 점은 자취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 중에서도

청소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세탁기에 먼지가 전혀 없다는 거다. 사진 속의 흰색 가루는

내가 세제를 넣다가 부주의하게 흘려서 생긴 것이다. 아무튼 평범한 사람이 쓰는 평범한 세탁기였다면 세탁기 통의 모서리에

머리카락이나 뭉쳐진 먼지가 쌓여있을만도 하다. 더군다나 이 세탁기는 수십 명이 동시에 사용하는 공용 세탁기다. 그런데도

불시에 확인했을 때 이렇게 먼지 한톨 찾아볼 수 없다니 참으로 광기의 영역이 아닐 수가 없다.

 

 

 

 

 

 

 

 

 

 

본받을 사람을 주변에 두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주변을 반면교사 삼을만한 사람으로 가득 채우는 이 역시 본 적이 있다. 어째서

그러한 양아치와 어울리냐고 진심 어린 걱정을 표했을 때 함께 있으면 재미있기도 하고 그들의 어리석은 행동과 짧은 사고방식이

자신에게 끊임없는 경각심을 상기시킨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지 지나치면 독이 된다. 주변이 온통 본받을만한

사람뿐이라면 어느샌가 자괴감이나 박탈감에 빠져 우울해질 수 있고, 주변이 반면교사뿐이라면 근묵자흑이라 물들거나 자신에게

한없이 물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측을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해보면 아무리 봐도 전자가 나은 상황이 될 수 있겠다. 내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 시작하거나 달리기를 멈추었을 때 본받을만한 사람들은 당신을 견인해줄 수 있다. 하지만 반면교사 삼을

대상은 당신과 함께 늪에 빠져있거나 어쩌면 오히려 바짓가랑이를 당겨 같이 늪에 빠지도록 유도할 거다.

주변을 둘러보자. 나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내게 있어서 반면교사인가 본받을만한 사람인가. 본받을만한 사람이라면 대상이

가진 강점을 따라할 수 있겠는가. 고시원 원장님이 매일 꾸준히 청소하듯이 나도 매일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