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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ary/▶ 아무 얘기

바이바이 내 예쁜 한글과컴퓨터야

by 레블리첸 2023. 4. 16.

 

 

 

 

 

 

 

 

나는 애국보수다. 극우 세력은 아니고 어둠의 흑우 세력이다. 내가 얼마나 애국보수인지 시험하고 싶다면 물산장려운동의

신봉자로서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외세의 제품을 최대한 기피하고 가급적이면 국내 생산한 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예시로 들 수 있겠다. 수많은 문서 작성 프로그램 중에서 한컴오피스를 선택했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전세계 인구 90%가 사용하고 있고 한국에선 70%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대신 한컴오피스를

선택한 건 단순히 내가 애국보수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글과컴퓨터는 나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굉장히 빡돌아서

심지어 어제는 하루에 4끼를 먹어 스트레스를 해소했을 정도였다. 소화력이 현저히 감소하는 30대에 접어든 내가 폭식을

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겠는가. 그도 그럴 법한 것이 장장 95쪽에 달하는 문서가 한글과컴퓨터 때문에 사실상

휴지 쪼가리만도 못한 데이터 쪼가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국내 제품을 선호해서 국내 제품을 사용하고 구매하여 필기 자료를 작성했었는데 뒤늦게 확인해보니 개요 수준이 전부

박살났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플랫폼에서 완전히 새롭게 작성해야만 하는 엿같은 사태가 되었다.

최초로 문제 현상을 확인했을 때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고쳤어야만 했는데 안일한 마음으로 일단 자료부터 완성시키고

그 다음에 틀을 씌워서 바로 잡자 생각했던 것이 최대이자 최악의 실수였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문제를 수정하기 위해 스터디 구성원들에게는 양해를 구하여 개요 수준이 박살나서 가독성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어떻게든 참고 봐달라고 했으며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겠다고 전달한 후 집에서 여가시간을 이용해 이걸

고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하지만 결국 답이 없었다. 마침내는 문서 작성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공유문서

플랫폼을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놀랍게도 스터디 구성원들과 자료를 공유하기 위해 작성한 '한컴독스'에서는 개요 수준 변경 기능이 한컴오피스보다

현저히 능력이 떨어졌고 시험을 불과 2개월 앞둔 현재 시점에서는 이것을 두눈 멀쩡히 뜨고 목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개요 수준 기능이 있긴 하길래 대충 될 줄 알았고 '한글 문서' 프로그램에 당연히 있는 기능이니 '한컴독스'에

없을리가 없다는 게 착각이었다. 문자 그대로 없는 건 없는 거였다. 세상에.

 

 

 

 

 

 

 

 

 

 

기껏 정리를 다 끝내었건만 다시 확인해야만 한다니 참으로 얼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물론 복사 붙여넣기를 적절히

수행해서 글자만 제대로 잡아놓은 서식 안에 집어넣으면 그만이지만. 허탈감이 무력감이 되어서 자꾸만 족쇄처럼 발목 잡고

늘어지니 차마 발이 떼어지지 않는다. 일단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고 새로 정착할 플랫폼에 적응할 기간까지 필요하다.

빌어먹게도 한글과컴퓨터의 소프트웨어를 지금까지 써왔기 때문에 다른 도구를 쓰는 게 쉽사리 적응되지 않거든.

 

 

 

 

 

 

 

워드도 써보고 Google Docs도 구경해보는 등 다양한 플랫폼을 비교해보았다. 조사하면 할수록 치가 떨리더군. 진작

한글과컴퓨터 버리고 워드를 썼으면 차라리 나았을지도 몰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나마 다행인 건 한글과컴퓨터용

프로그램은 훗날 언젠가 관공서에 문서 전달할 때 써먹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완전히 돈낭비는 아니라는 점.

그렇지만 여전히 시간과 노력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더러워지는 건 막을 길이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를 사용해도 좋겠지만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셀보다도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더 유용히

사용하고 있고 구글 문서는 원하면 워드 형식으로 파일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참고로 한컴독스는 이것도

못하니까 참고해라. 그냥 참고 하라고ㅋㅋ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Google Docs는 구글 스프레드시트와 같이 아직도 여전히 발전하고 있는 단계이므로

불안한 요소가 있고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았으며 쓰는 사람이 적어 관련된 서적을 찾아보려고 해도 책 자체가

없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점심에 잠시 대형 서점에 가서 강의서가 있는지 확인해봤는데 놀랍게도 없더라고.

까짓거 내가 한번 Google Docs 장인이 되어주지. 그런 의욕이 갑자기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무튼 바이 바이,

내 예쁜 한글과컴퓨터야. 이제 다시는 안 봤으면 좋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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