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부터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어제도 퇴근 못해서 재미있었지만 오늘은 그보다 색다르게 재미있는 일이었다.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조건부 서식으로 특정 값에 대하여 다른 시트에 그 특정값을 찾고, 그 특정값의 어떤 값이 조건에
맞으면 그 행 전체가 색칠되도록 해달라는 지시 아닌 부탁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방안을 모색했기 때문이다. 극 초반엔
한번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쏟아부어서 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무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포기해야 하나 싶었는데 때마침 요즘 핫한 ChatGPT를 활용하면 SUM 함수도 쓸 줄 모르는 바보도 엑셀 함수
초고수가 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고 말을 걸어보았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고 해야 할지. 확실히 재미는 있었다. 이렇게 오랜만에 장문의 유익한 대화를 나눠본 건 간만이고.
하지만 내가 원하는 답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AI는 내가 구하고 싶은 대답을 바로 줄 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내가 '구글 스프레드시트'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배경을 알려준 뒤 각 시트의 행열에
어떤 정보가 담겨있는지 정확히 알려주고 거듭하여 확인을 받아내야만 했다. 말로 설명하면 쉽지만 꼭 소설의 배경을
묘사하는 것처럼 상세하고 꼼꼼하게 이야기를 풀어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만약 화면을 이미지로 캡쳐해서 AI에게 보여주고 이런 상황이라고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먹었다면 더더욱
진척이 빨랐겠지만, 더욱 빡치는 것은 계속 잘못된 정보가 쌓이고 쌓이면 꼬이기 시작한다는 거다. 어느 순간 헛소릴
지껄이고 있는 AI를 보고 있으니 답답해서 지금까지 말했던 건 전부 잊으라고 뇌 세척을 시켜버릴 정도였다.
졸지에는 빡쳐서 AI에게 일부 수식의 작성 요령을 듣고 빼내어 먹을 수 있는 정보만을 간추린 다음 직접 수식을
작성했고 그 수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간추리고 간추린
함수를 짬뽕해서 마침내 해냈다.
이로써 자동으로 다른 시트에서 조건에 맞는 ID를 찾아내어 참조한 다음 그 참조값 A의 중요도와 요약을 찾아내고
또한 참조값 A가 특정 조건을 갖추었을 때 행의 전체를 색으로 표시하는 시트를 완성해낸 것이다. 원래는 Word로
CSTS 필기 자료를 작성하려고 했었지만 연구에 맛이 들려서 나도 모르게 지나치게 열중해버린 것 같구만. 아무튼
단번에 ChatGPT가 답을 내놓아버렸다면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렸겠지만 끝까지 ChatGPT가 결정적인 해결책을
제안하지 못해줘서 실망스러웠던 만큼 기어이 내 힘으로 해결해냈다는 게 조금 뿌듯했다.
어떻게 요령껏 말로 잘 풀어서 AI에게 사전 정보와 필요한 정보를 잘 뽑아낼 수 있느냐에 달린 일인 것 같지만 여튼
아예 포기해야 하나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해결했으니 이제 마음 놓고 다른 일에 전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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