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이 항상 묻는다. 어차피 다른 일, 직업으로도 충분히 돈 잘 벌고 있는데 왜 굳이 생동성을 하느냐고.
근심 가득한 눈빛으로 만류하는 그들에게 나는 대답한다. "그야 돈이 되니까."
원래 계획은 산업재해로 달달하게 휴업 급여를 받으며 생동성 시험 참가해서 급여 지급일 마감과 동시에
떼돈 받고 빠른 취직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역시 모든 일은 계획대로 흐르지 않는다. 산재 처리 기간이
뜻밖에도 연장되지 않았고 의외로 취직이 빨리 된 것. 경사이긴 해서 까짓거 업무에 익숙해지면 생동성을
해야겠다 마음 먹었는데 잠깐 계산에 실수해서 원래 매달 150만원씩 넣던 적금에 200만원을 넣어버리는
탓에 당장 생활비가 아슬아슬해졌다.
그리하여 급하게 익일 생동성 신체 검사 스크리닝이 있는 주말 일정 시험에 신청했고 물리치료를 받은 후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예전과는 다르게 접수 안내원이 매우 상냥해졌군. 아마 컴플레인이 폭발해 결국
인선이 교체된 듯하다. 그리고 절차가 집단적 교육이 아닌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느낌이다. 좋다.
키 187에 체중 76. 혈압 수치도 나쁘지 않군. 아무튼 시간이 꽤 흘러서 자연스럽고 당연히 합격 통보 받은
나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배우고 다음날인 주말 오전 6시 반에 일어나서 코로나 검사 받으러 갔다. 망할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더 잘 수 있었는데 바이러스가 원망스럽군. 검사 받고 귀가해서 노트북, 세면도구와
각종 충전기, 수건을 챙겼다.
여담이지만 여성 참가자분이 눈에 띄게 늘었더라. 처음 생동성 알바에 참가했을 땐 거의 군대나 다름 없다
여겨질 정도로 고추밭이었는데 여성 참가자와 층을 구분해서 사용하지만 여태까지 참가하면서 본 것중에
가장 여성분들이 많았다. 원래 몸 쓰는 험하고 궂은 일은 대부분 남자들만 돈에 미쳐서 뛰어든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모두가 궁핍해지니까 자연스럽게 이런 환경에서도 남녀노소의 구분이 사라지나보다.
지인 중에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술만 들어가면 하소연을 하면서 정작 주식이나 코인은 위험 부담이 크단
이유로 기피하고 노가다 같은 막일, 생동성은 몸 상할까 두렵다며 안 하는 사람이 있는데 조금은 본받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성 참가자분을 촬영해서 친구에게 보여주며 너도 좀 도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더라.
20220312 생동성 알바 1기 일정 1일차
오후 15시에 최종 합격 문자를 받자마자 출발했다. 빨래를 조금 늦게 돌렸더니만 덜 말라서 축축한 상태의 옷을
입고 있으니 기분이 좋다. 어차피 1기 퇴원과 함께 회사로 출근할 거라서 회사 간다는 생각으로 옷 다 갖춰 입고
나서니 출근하는 느낌이다. 컨디션이 난조다. 오전 9시부터 여태 뻗어서 거의 사경을 헤매기도 했지.
회사에서도 거의 앉아만 있는데 왜 이렇게 피곤할까. 생동성 여태까지 5번은 했기 때문에 이제 웬만한 절차따윈
다 알고 있어서 긴장되지도 않는다. 적당히 16시 10분쯤 도착해서 임시 자리에 앉아 게임했다. 그러다가 채혈을
하고 저녁을 먹는데 그 맛대가리 없는 전설적인 식단을 먹을 생각에 눈앞이 다 아찔..
우... 우마이...
눈앞이 아득해질 뻔했는데 여태까지 못본 새로운 도시락이 나온 것을 보고 감격했다. 심지어 맛있다. 맛있어서
2번이나 먹었다. 내일 밥은 과연 어떨지 기대되는데 헛된 희망일까 두려웠다.
이후로는 뻔한 흐름. 안내 받고 지정석으로 옮겼다. 일기 쓰고 샤워하고 업체로부터 원고 받아 작성 마치자마자
샤워하고 누웠다. 옷을 한번 작은 사이즈로 받아봤는데 이래저래 꽉 낀다. 앞으로 그냥 널널한 옷으로 받아야지.
그나저나 자리가 비상등 불빛이 바로 쬐는 곳이라 눈부시다. 현명하게 수건을 설치해 차단했다.
20220313 생동성 1기 2일차
거의 좋았다만 간밤에 폭우가 퍼부어 빗소리가 작렬했고 바로 옆자리 사람이 맹렬히 코를 고는 바람에 피곤했다.
새벽 5시 30분에 기상인데 코 고는 소리 때문에 5시에 깨 조금 억울하더군. 어쨌든 후다닥 머리를 감고 세안하고
누구보다 빠르게 혈압 측정한 뒤 자리에서 대기했다.
이후로는 지긋지긋한 채혈 시간. 오전에는 10분 간격으로 피 뽑다가 점심 무렵가면 30분, 1시간, 2시간 간격으로
점점 텀이 늘어난다. 침대를 세워 등을 기댄 채 두 다리를 쭉 뻗고서 반나절 이상 안 자고 버틴다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 없다. 밀린 일기 쓰고 『디아블로2』 스킬 구상하고 파일 검사하다 보니 어느덧 14시. 간호사님이 이제 누워도
된다 허락을 해주셨을 때 해방감은 형용이 불가하다.
아니, 첫날엔 맛있는 밥 줬으면서 갑자기 왜 이러는데
첫날 저녁밥이 맛있어서 희망을 가졌던 나만 바보 됐다. 이정도면 거의 도시락 업체를 바꿔야 하는 게 아닐런지.
병원측에 항의를 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나저나 옆자리의 코 골던 참가자는 결국 자진 퇴소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역시 담배를 참는 게 힘들었던 모양이다. 이제 거의 다 끝났는데 그만둔다니까 보는 내가 다
안타까웠다. 물론 이 짓거리를 2주 후에 다시 한번 더 반복해야 하긴 하지만.
저녁 즈음 되더니 머리가 조금 아프다. 약을 먹어서 저혈압 상태가 된 것이다. 와중에도 저녁밥은 쓰레기 같았다.
좋은 재료로 맛없는 밥을 만든 도시락 업체가 나빴다. 도시락 업체는 나의 원수. 대부분 시험 대상자들이 휴악기
동안에 식사 조절을 못해서 동등성 시험의 실패로 연결되는데 어쩌면 맛없는 도시락의 영향도 지분이 상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딴 걸 먹이니까 다들 퇴원하자마자 자극적인 음식 먹으러 가는 거지.
20220314 생동성 1기 3일차
어제는 오후 23시쯤 잠들었다. 생각해보면 낮잠을 그리 잤는데 또 잤다니 용하다. 기상 시각인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누구보다 빠르게 샤워했다. 회사 출근해야 해서 어쩔 수가 없다. 시간이 많이 남아 침대에 앉아 일기부터
썼다. 푹 쉬다가 8시에 채혈했고 지혈되자마자 출발했다.
회사 일정이 안 바쁘면 다음 주기에도 할 수 있을 것 같네.
https://ravlitzen.tistory.com/484
사람이 가장 약해지는 때가 바로 방심할 때라고 했었나. 회사 출근길이 워낙 번잡하여 사람이랑 부딪히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인데 어느 날, 목이 붓기 시작하더니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 걸린 상태로 시험
참가할 수 없는 노릇이니 자연스럽게 참가 중단 처리되었다. 코로나가 밉다.
어쨌든 수요일까지 1기 일정은 무사히 마치고 코로나에 걸린 것이기 때문에 대가는 부족하지 않게 받았다.
그래봤자 적금으로 나간 돈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지금은 병세가 많이 누그러져서 혹시 자택 격리 기간
끝나면 뒤늦게나마 참가 중단 취소하고 재참여 가능한지 문의했는데 어림도 없다더라.
다음에 해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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