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30 일용직 현장 노가다 근무 일지 (그라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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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현장이군. 요즘 너무 앉아만 있었던 것 같네.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하여 출발. 버스가 딱 봐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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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하시는 분들로 만석이다. 이래 보여도 산업 인력의 선봉을 이끄시는 분들이지. 다같이 현장 가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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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현장에 있을 때가 그 어느 때보다도 떡툰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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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가니 이모님이 주방에서 일하시다가 나를 보고 깜짝 놀라셨다. 왜 꼭 저승사자 같이 하고 다니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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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많이 빨리 도착해서 정식으로 가게 열기도 전이라 점포 내가 어두컴컴한 것도 한몫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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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현장인지 모르겠다만 어차피 다음 출근하는 날은 다음주가 될까 말까라서 마음이 가볍다. 속단은 금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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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현장도 마음에 드는군. 적당히 넓지도 않고. 다만 조금 서늘하다. 바깥보다야 따뜻하지만 지하라 스며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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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는 막을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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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할 일은 쓰레기 반출. 쉽게 말하면 쓰레기 내리는 일이다. 머리 비우고 하라는대로만 하면 되는 단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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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라서 마음이 더 편해졌다. 다만 같은 팀원이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나이가 많은 분도 있고 일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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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보이는 분도 계시는데 작업 반장 눈에는 그나마 내가 말이 통해 보이는지 자꾸만 나를 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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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다치려고 했는데 다쳤다. 손을 살짝 긁혔구만. 조선족 혐오 조장하자는 의도는 아닌데 도통 무슨 말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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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작업이 힘들다. 한국말을 우수하게 구사했다면 한국인인 내가 알아먹었겠지.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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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는 것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되물어보니 오히려 역정을 내면 어떡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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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협소한데 호이스트는 2개뿐이고 그나마도 느려터져서 상당히 작업이 더뎌졌다. 여기에 환상의 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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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이 더해지니. 그런데 갑자기 작업 반장이 나만 불러서는 왜 이렇게 일이 느리냐, 일 하기가 싫으냐,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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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러면 쫓겨난다는 등 꾸지람이다. 나름 열심히 하고자 했는데 불려가 욕을 먹으니 억울했다.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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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다른 작업자들은 어차피 뭐라고 해도 들을 것 같지도 않고 내가 현장 지휘를 하고 있는 듯 보이니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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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서 이야기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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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그라인더를 쥐여주더군. 시범 한번 보여주시더니 가버렸다. 한 번도 안 써봤다고 말했지만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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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써보면 알 것이라는 투로 말씀하시고는 사라지셨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고민해봐도 답이 나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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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으니 일단 장비 숨겨두고 갈갈이 찢겨 결국 단둘이 쓰레기 내리고 있는 팀에 협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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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밥 맛있더라. 오후부터는 본격적으로 핀 제거 작업을 실시했다. 다시 작업 반장 찾아가 한번도 안 해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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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쓸 줄 모른다 하니 보안경에 전등까지 장구류는 완전히 갖춰놓고 이걸 왜 모르냐며 타박이다. 일을 잘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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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춘 게 아니라 안전을 위해 준비한 것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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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을 하다 보니 요령이 생겨 힘을 덜들이며 핀을 제거할 수 있게 되긴 했다. 다만 그라인더날이 떨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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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아줘야 하는데 교체 방법을 몰라서 물어보려니 어느덧 15시더군.

 

 

 

 

 

 

 

먼저 고정되어 있는 핀을 제거하기 위해 시누로 망치처럼 두들겨서 간극을 만들고 긴 쇠막대기를 틈에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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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격을 더욱 벌려 핀을 뺀다. 이후에 경칩 같은 녀석을 다시 쳐서 반듯하게 만든 뒤 그라인더로 잘라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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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제거하려다 몇번이고 손을 벽에 부딪히니 피부가 찢어져 피가 흐른다. 물집도 잡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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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쓰던 근육을 쓰니 심히 근육 피로가 누적된 모양. 조금 쉴까 싶던 도중 전화 오더니 내려오라고 하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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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니 다른 근로자들은 내일이 근로자의 날이라 조기 퇴근하는 모양이다. 근데 우리 인력들은 그동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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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밉보였는지 가지 말고 현장 청소하라더군. 까라면 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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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 멀게 느껴진다. 집에 와서 쉬는데 전신 근육통에 시달렸다. 먹은 게 체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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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는 전부 토해내고 일요일동안 고열로 고역을 맛봤다. 하기사 안 쉬고 계속 망치질을 해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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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물도 안 마셨네. 덕분에 일요일은 내내 침대에 뻗어 신음을 흘렸다.